‘콘유’ 엄태화 감독 “이병헌 대사 없이 얼굴로 설득, ‘됐다’ 싶더라” [IS인터뷰]

박로사 2023. 8.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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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름 영화 빅4의 마지막 주자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난 9일 개봉했다. 개봉 4일째 100만 관객 돌파, 개봉 7일째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거침없는 흥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날 30만 3124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213만 6522명을 기록했다. 456만 관객을 돌파한 ‘밀수’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다.

엄태화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담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인데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며 “다른 영화와 비교하는 것보다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배우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김선영 등이 출연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14년 연재된 김숭늉 작가의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새롭게 각색했다. 엄태화 감독은 디스토피아 장르뿐만 아니라 ‘아파트’라는 장소에 끌렸다. 여기에 어렵게 영끌해서 들어온 신혼부부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를 주인공으로 세웠고 이들이 서로를 지켜주기 위한 과정을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아파트가 배경인 점에 끌렸어요. 아파트가 배경이라면 디스토피아물을 한국에서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 역시 아파트에서 나고 자랐고 대한민국 국민 50%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잖아요. 아파트라는 게 보편적이면서도 공감되기 쉬운 장소예요. 사람들한테 애증이기도, 애환이기도 하죠. 이게 한국적 특징이라고 생각했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극중 배경은 겨울. 무거운 소재에 차가운 계절까지 더해져 여름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엄태화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재미’를 최우선으로 뒀다.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여러 선택을 하지만, 뒤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게 영화의 재미라고 설명했다. 엄 감독은 “그래야 영화의 디테일을 관객들이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했다. 명불허전인 이병헌을 비롯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박서준, 박보영 등 남녀노소 관객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을 배치했다. 엄태화 감독은 황궁 아파트 주민 대표 영탁 역의 이병헌에 대해 “대사 한마디 없이 얼굴로 설득시키는 배우”라며 “촬영하면서 그렇게 느낀 순간들이 정말 많다”고 극찬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영탁은 스트레이트한 인물이었어요. 속내를 숨기고 빌런의 향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는데 이병헌과 이야기하면서 바뀌게 됐죠. 이병헌이 먼저 제안을 했는데 시나리오가 거의 완성된 시점이라 많이 고칠 수는 없었어요.”

초반부의 영탁은 어리바리하지만, 후반부에서 광기에 미쳐 날뛴다. 엄태화 감독은 짧은 시간에 변화를 줘야 했기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한 신을 찍는 날 ‘이건 됐다’고 확신을 가졌다고. 엄 감독은 “안면 근육을 움직이는 연기를 하더라. 에너지가 응축되면서 텐션을 만들어줬다”며 “시네마틱한 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작품에는 배우 엄태구가 우정 출연했다. 엄태화 감독의 동생이기도 한 엄태구는 이번 작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엄태화 감독은 엄태구는 동생이지만 배우로서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며 그 신에서 사람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엄태구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약속한 건 없지만 언젠간 꼭 주연과 감독으로 만나보고 싶어요. 중간에 편집본을 보여준 적 있는데 배우들의 연기를 집중해서 보더라고요. 너무 좋다고, 연기 잘한다고 이야기해줬죠.”

끝으로 엄태화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되며 2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만큼 “다음 영화를 빨리 찍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영화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다음 작품이 영화일지, 시리즈일지는 모르겠지만 작업 중인 게 몇 개 있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하면서 배운 게 있는데, 한 작품만 파지 말고, 여러 가지를 해야 빨리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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