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관문’ FDA 심사비 인상…업계 “우려 반 기대 반”
바이오시밀러 허가심사 수수료는 41.7% 인하…이월분 반영
“신약 개발 일부 영향…벤처회사·바이오텍 등 부담 가중
“국내에서도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해 인프라 강화해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 심사 수수료 비용을 인상하는 가운데, FDA 허가를 받기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FDA의 심사비 인상에 따른 심사 전문 인력 확충과 허가 기간 단축 등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이득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7월 말 신약(전문의약품), 제네릭(화학적 합성 복제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2024년 회계연도 허가심사 수수료(User fee)’를 확정해 발표했다. 2024년도 회계연도는 오는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적용된다. FDA는 매년 인플레이션, 심사 신청 건수, 제조시설 수 등을 감안해 이용자인 기업으로부터 받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2024년도 허가심사 수수료는 사상 처음으로 400만 달러를 돌파한 404만8695달러(한화 약 52억9100만원)로 책정됐다. 2023년에 비해 24.9%(80만6669달러, 한화 약 10억7956만원) 인상된다.
또 제네릭과 의료기기 사전 허가심사 수수료는 각각 25만2453달러(한화 약 3억3790만원), 48만3560달러(한화 약 6억4700만원)로 정해졌다. 제네릭은 4.9%(1만1871달러, 한화 약 1588만원), 의료기기는 9.5%(4만2013달러, 한화 약 5622만원) 인상된다.
반면 바이오시밀러 허가심사 수수료는 41.7%(72만7992달러, 한화 약 9억7427만원) 인하돼 101만8753달러(한화 약 13억6339만원)로 책정됐다. 바이오시밀러의 심사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는 2023년에 이월된 약 2000만 달러(한화 약 267억5800만원)의 바이오시밀러 운영비가 2024년 예산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바이오시밀러 수수료 인하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바이오신약 대비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활성화해 국가 약품비 지출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입장벽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국 FDA의 2024년도 바이오시밀러 허가심사 수수료 산정을 위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내년에 기업으로부터 임상자료가 포함된 14개의 바이오시밀러 허가심사 신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 가중” VS “장기적으로 이득”
이처럼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한 전문의약품 등에 대한 FDA의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을 두고 업계에선 제약사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가의 심사비에도 불구하고 FDA 허가는 글로벌 신약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약물의 임상적 우수성이나 안정성이 FDA 승인의 핵심요소이겠지만, 이번 인상으로 FDA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합성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전통 제약사 입장에서 통상 여러 차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제약사 관계자 역시 “심사비용이 부담된다고 해서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주저하진 않겠지만,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해서 개발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벤처회사나 바이오텍 등의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FDA의 심사비 인상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C제약사 관계자는 “FDA 심사비 인상 시 업계 부담은 가중될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용인상분에 걸맞는 심사인력과 절차가 마련된다면 업계는 응당 따라야할 통과의례라고 여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도 “미국 FDA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한 허들이 높아지고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임상시험에 수천억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방향성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처방의약품 부담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은 상당한 허가 심사비 등을 부과해 허가신청 남발을 방지하고, 부담금 수입을 통해 전문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심사비 운영 제도를 통해 전문성과 허가 기간의 단축 등이 이뤄진다면 기업 입장에서 이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도 허가심사 수수료를 인상해서라도 신약 신청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늘리는 등 관련 인프라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신약의 경우 허가 수수료는 803만1000원이다. 의료기기 제조·수입 허가신청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저렴한 149만5000원이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허가심사기관이 상업화를 빠르게 이뤄내려면 심사 전문 인력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심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업계가 심사비 인상 등 변화하는 정책들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정부는 혁신 신약 등이 해외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제품화 전주기를 지원하는 ‘브릿지 프로젝트(Bridge Project)’와 혁신 신약의 글로벌 진출 장벽을 낮추고 시장 진출을 앞당길 수 있도록 돕는 ‘GPS(Global Leader, Partner, Supporter)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산업계의 세계시장 진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규제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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