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루베’ 한차 따는데 대기만 1시간” [공구리디스토피아②]

영화 ‘콘크리트유토피아’엔 대지진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는 아파트가 등장한다.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 등 골재를 잘 배합하면 단단하고 내구성 좋은 콘크리트를 제조할 수 있다. 허구이긴 하나 지진을 견딜 만큼 안전한 아파트도 좋은 품질의 콘크리트에서 탄생한다. 실상은 다르다. 불량 골재를 쓰고, 타설 시간을 준수하지 않는다. 하자가 생겨도 눈가림하기 바쁘다. 유토피아인 줄 알았던 ‘내’ 집은 사실 디스토피아일지 모른다. 증언을 토대로 현장 부조리를 파헤쳐본다. ‘공구리’는 ‘콘크리트’(concrete)에서 나온 일본식 발음이다. -편집자 주

본지는 단시간 무더기 배차와 장시간 타설 지연에 따른 콘크리트 품질 불량 문제에 주목했다. 차량이 5~10분에 한 대 꼴로 들어오는데, 앞차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테이블 회전이 느린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16일 기자가 들른 현장이 그랬다. 수요가 공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선 배관을 이용해 지하 깊숙이 레미콘을 퍼 나르고 있었다. 수십, 수백 미터 배관을 타고 운반된 레미콘을 펴 바르는 작업이 더딜수록 타설은 미뤄진다. 실내 공사는 구간에 맞게 배관도 잘라야 한다. 나사를 풀고, 배관 옮기는 데도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타설을 멈췄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했다.
운송기사는 “원래 쉬지 않고 레미콘을 따야(비워야) 하는데 현장 작업이 더디면 따는 걸 중단 한다”며 “이럴 땐 30분, 1시간도 걸린다. 늦게 온 차량은 다 비울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기사는 “현장에 와서 20분을 기다렸다. 대기 중인 차량이 4대다. 레미콘 회사 3곳이 오는 걸로 안다”며 “보통 오면 한 시간씩 대기한다. (이런 경우가) 흔하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는 “(레미콘을)상차한 지 25분, 현장 와서 대기한 지는 10분 째”라고 말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운송기사는 담배를 물고, 차량 점검을 한다. 이들에겐 원치 않는 휴식이다. 벌이가 줄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대당 7만원을 번다. 회전이 빠르면 하루 6~7대를 딴다. 여의치 않으면 2~3대가 전부다. 수리·보험 등 차량 관리비용을 고려하면 한 번이라도 더 타야하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못한다. 다행히 배차가 적으면 회전이 빠른 현장으로 가도록 배려해준단다.
또 다른 기사는 “차가 고장 나면 사비로 수리해야 한다. 1년 보험료 200만원, 센서 하나 고장 나도 100만 원이다”며 “일당이 많이 올랐다. 2년 전 만해도 4만원 이었다. 그래도 10만원은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콘크리트에 가수(加水)할수록, 즉 물을 더 많이 부을수록 강도는 약해진다. 비오는 날 타설 작업을 중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장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레미콘은 더 묽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관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머금고 있는 물기가 사라진다. 이러면 현장에선 거의 ‘긁어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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