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4·3의 아픈 역사 간직한 동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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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제주도에는 다양한 숲길이 있습니다.
동백길은 제주의 근현대사를 걷는 길이다.
이 길이 시작하는 무오법정사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다.
시오름 주둔소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동백나무숲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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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제주도에는 다양한 숲길이 있습니다. 한라산둘레길은 말 그대로 한라산을 빙 둘러 걷는 길입니다. 숲속 나무와 풀은 물론 바위와 오름, 하천과 목장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뿐만 아니라 제주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걷기 좋은 한라산둘레길을 소개합니다.
동백길은 제주의 근현대사를 걷는 길이다. 이 길이 시작하는 무오법정사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다. 이어 만나는 시오름 주둔소는 4·3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그저 걷기만 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지만, 길에 서린 역사를 되새기며 걷는 것도 의미 있다.
동백길에 진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100도로 노선에서 무오법정사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돌오름길이 끝나는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부터 2.3㎞의 산림휴양길을 통과하는 것이다. 숲길을 산책하며 편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무오법정사의 항일 기념탑을 만나게 된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은 제주도 내 최초, 최대의 항일운동이다. 법정사에서 일본의 통치를 반대하던 승려 김연일, 방동화 등을 중심으로 신도와 민간인 등 약 700명이 힘을 모아 1918년 10월 일으켰다. 1918년은 무오년. 1919년 3·1운동보다 5개월여 앞서 일어났다. 민족 항일의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참여자들은 6개월여 전부터 거사를 준비했다. 화승총과 곤봉 등으로 무장하고 일본인을 제주도에서 몰아내고 국권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본은 이 항일 운동의 파급을 우려해 3·1운동 참여자들보다 무거운 형을 언도했다고 한다.
무오법정사에서 약 5㎞를 걸으면 시오름 주둔소가 나온다. 4·3 사건 당시 제주도경찰국이 무장대와 주민들 간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 제주도 산간 곳곳에 설치한 주둔소 중 하나다. 1949년 초반에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돌로 쌓아 비교적 원형이 잘 남아있는 유적이다.
시오름 주둔소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동백나무숲을 볼 수 있다. 한라산 난대림 지역의 대표적인 수종인 동백나무는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5·16도로변까지 약 20㎞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군락지다. 시오름 삼거리에서 돈내코 계곡으로 가는 길에는 편백나무 군락지도 있다.
편백나무숲을 지나면 돈내코 계곡이 나온다. 폭포와 울창한 난대 상록수림이 어울린 절경을 볼 수 있다. 계곡 한가운데 있는 높이 5m의 원앙폭포는 매년 음력 7월 15일 백중날 제주 여인들이 여름철 물맞이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을 맞아 통증을 낫게 하는 민간요법이다. 돈내코계곡에서는 희귀식물인 한란과 겨울딸기도 자생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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