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칼에서 나는 콜라향… 그보다 더 달콤한 100세이브 이룬 김원중
롯데 자이언츠 소방수 김원중(30)의 긴 머리칼에선 콜라 향이 퍼졌다. 하지만 통산 100세이브의 기쁨이 더 달콤했다.
김원중은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 7-4로 앞선 9회 말 등판했다. 1사 이후 최주환에게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최정을 삼진, 박성한을 2루 땅볼로 돌려세우고 승리를 지켰다. 2020년부터 롯데 뒷문을 지킨 김원중의 통산 100번째 세이브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팀 동료들은 경기 뒤 하나둘 모여들었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김원중에게 축하 물 세례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날은 '재료'가 달랐다. 모기업에서 판매하는 콜라를 뿌렸다. 김원중은 예감했다는 듯 눈을 감으며 흠뻑 젖었다. 김원중은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동료들이 혼내준다고 작당모의를 하더라. 축하해 준 거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맞았다"고 웃었다.
김원중은 언제나 "완벽하게 막자"는 각오와 함께 마운드를 향해 전력질주한다. 100번째 세이브를 앞둔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KBO리그에서 21명만 달성한 어려운 기록이지만 머릿속에 담아두진 않았다. 김원중은 "(기록이 걸렸지만)아무 생각 안 하고 마운드에 올라야 하고, 오늘도 그랬다"고 말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마무리 고민이 많았던 팀이다. 하지만 김원중은 4년 연속 클로저 역할을 해내고 있다. 덕분에 구단 사상 처음으로 100번의 승리를 지켜냈다. 김원중은 "의미가 있다. 자이언츠에서 이런 기록을 달성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하나 다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 한 세이브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올해 강행군을 치르고 있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고, 최근엔 팀이 상승세를 타면서 연투도 잦아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즐겁다. 김원중은 "내가 많이 나가서 많이 이기면 좋은 거다. 몸 상태를 거기에 맞춰야 하고, 신경쓰고 있다. 트레이너들이 식사도, 운동도 많이 챙겨줬다"고 고마워했다.
롯데는 뒷문이 든든한 팀이다. 셋업맨 구승민과 마무리 김원중이 버텨서다. 지난 달 27일엔 구승민이 먼저 100홀드 고지를 밟았고, 김원중이 100세이브로 뒤를 이었다. 둘 다 구단 최초다. 줄곧 롯데에서만 뛴 둘은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다. 김원중은 "어렸을 때는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평소 밥을 먹고, 차 한 잔 할 때도 숫자보다는 마운드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던질까를 이야기했다"고 했다.
김원중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취미로 게임을 하는 정도다. 김원중은 "나도 사람인지라 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서 승리를 지켜야하기 때문에 배제하려고 한다. 잡생각을 지우려고 게임을 한다"고 웃었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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