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잔디는? 대원 밥값은?…300억 잼버리 청구서 날아온다

김다영 2023. 8.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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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손상된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가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지난 15일 보도자료엔 이런 대목이 들어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마지막을 장식한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로 경기장의 잔디가 크게 손상됐다는 축구팬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복구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초 콘서트는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 피해 우려 탓에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급하게 무대와 객석이 설치되면서 조성에 약 10억원이 들어간 경기장의 ‘하이브리드 잔디’가 일부 훼손됐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돈을 쓰면 복구가 가능하지만 정확한 비용을 당장 추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선 액수가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정치권등에선 "잼버리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감당했던 비용 청구서가 날라오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파행 관련 책임 공방이 중요하다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당장 지출한 돈을 받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잼버리는 끝났지만 비용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떠난 독일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미 스카우트 참가자들이 조기퇴영을 결정하자,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지난 4일 각 지자체에 대원들의 숙식과 안전 문제를 위탁했다. 이 때 “지자체 예비비로 선집행 시 사후 정산을 해주겠다”는 공문도 보냈다고 한다. 이에 따라 8개 시·도에서 약 3만7000명의 참가자들을 받아 대학 기숙사 및 연수원 등에 숙소를 마련했다. 경기도는 파주와 임진각전망대 등에 참가자들을 보내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서울시에서는 광화문·여의도 댄스행사와 각종 전시 등을 마련했다.

당초 정부가 지자체에 제시한 후불 정산의 기준은 없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2인 1실 기준 하루 15만원 수준의 숙박비와 1인 기준 하루 5만원의 식비를 적용할 경우, 영·미 뿐 아니라 나머지 참가자들까지 조기 퇴영한 지난 8일부터 폐영식 당일인 11일까지를 계산하면 숙식에만 2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절 버스 운행 및 체험 행사에 들어간 비용을 합하면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볼리비아 스카우트 대원들이 1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전통문화관 예절교육관에서 체험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잼버리 정산 업무의 주체를 놓고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그동안은 통상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광역자치단체에 예산을 나눠 지급하면,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지자체로 다시 예산을 나눠보내고 각 지자체에서 이를 기업·대학·업체 등에 정산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갑작스럽게 잼버리 관련 업무에 투입된 지자체 인력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정산 업무까지 맡기기가 부담스럽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8월은 지방정부가 예산안 업무와 수해와 태풍 등 재해·재난 대응으로 분주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산이라는 게 업체 등으로부터 온갖 민원이 다 들어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안 그래도 잼버리 업무에 인력이 투입돼 업무가 늘었는데, 정산 업무라도 조직위가 원래대로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댄스팀 홀리뱅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정산이 안되거나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18.2%)이나 적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세수는 356조원으로,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4조원 이상 부족하다.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건전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보다 깐깐한 정산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사후 정산 공문은 받았지만 돈을 못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지자체장은 “정산을 못 받을 경우 지자체가 결산에서 손실로 처리할 수야 있지만, 또 다시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오가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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