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하나뿐인 화상전문병원…80대 의사 밤낮없이 치료했다
미국에서 100여 년 만에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사태 속에 인명 피해를 줄이려고 고군분투한 이들이 있다. 하와이 내 유일한 화상 전문병원의 80대 의사는 고령에도 밤낮없이 수술과 치료를 했고, 휴가를 맞아 하와이를 찾았던 비행기 조종사는 공항에 발이 묶인 330명을 탈출시켰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CBS뉴스 등 외신은 화재 속 부상자를 도운 의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한밤중 100마일 날아온 환자 돌본 의사들
NYT는 호놀룰루에 위치한 스트라우브 병원의 의료진들을 소개하며 "한밤중에 전화를 받고 치료를 위해 달려갔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밤, 데이비드 조 박사는 마우이 병원 응급실 의사로부터 "라하이나가 파괴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곧장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이후 연이어 이송된 환자들의 수술과 치료를 맡았다. 그는 "계속 치료를 하느라 뉴스도 못 봤다"며 "화재 첫 36시간 동안 가장 정보가 부족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스트라우브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9명이다. NYT는 젊은 성인에서 노인까지 환자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신체의 70%에 화상을 입는 등 중증인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응급 헬기로 100마일이 넘는 거리를 날아온 뒤 구급차로 이곳에 이송됐다고 한다. 인명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이곳으로 이송될 환자도 늘 전망이다.
1980년대까지 화상 치료시설이 없던 하와이에 처음으로 전문 병원을 세운 건 로버트 슐츠(84) 박사다. 하와이의 다른 섬이나 괌 등 미국령 섬, 미크로네시아 등 태평양 국가 및 해상 화물선에서 화상을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마우이 화재 발생 뒤 그는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치료실에 머물렀다. 슐츠 박사는 "방대한 출혈을 겪은 부상자들에게 수분을 공급하는 일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반바지에 테니스화 신고 조종간 잡은 파일럿
CBS는 휴가차 하와이를 찾았다가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 300여 명을 탈출시킨 비행기 조종사 빈스 에켈캄프의 이야기를 전했다. 부인·딸과 마우이섬을 여행한 그는 화재가 발생한 8일, 미국 덴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벽 3시쯤 호텔 창밖에서 굉음이 들리고 전기까지 끊기자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그의 부인은 CBS에 "집 지붕 패널이 날아다니고 모래가 흩날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강풍과 불길 때문에 항공편이 모두 취소됐다. 항공사들은 긴급 항공편을 띄우려고 했지만, 기장과 승무원이 공항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30년 넘게 일했던 에켈캄프는, 회사에 소식을 전한 뒤 자신이 직접 조종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티셔츠에 반바지, 테니스화 차림이었던 그는 모두 330명의 승객을 태우고 미 본토에 도착했다. 그는 "비행기에 탑승한 15명만이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슬픈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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