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은행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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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조직과 안되는 조직은 내부 문화부터 다르다.
'태움'과 '왕따'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은행 내 감사팀은 이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조직의 안정을 중시한다.
'잘못해도 안 걸리면 되고, 걸려도 밑에 떠넘기면 된다. 당장의 실적으로 조직에 인정받는 게 최우선이다.' 회장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런 마음가짐이 은행원들의 마음속에 굳어졌을 것이다.
지금처럼 낙하산이 횡행하고, 실력보다 정권 실세와 가까운지에 따라 회장이 임명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은행은 계속 '안되는 조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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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조직과 안되는 조직은 내부 문화부터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승진 문화다. 되는 조직은 하급자가 승진을 하면 상급자들이 한턱 쏘며 축하해준다. 반면 안되는 조직은 승진자가 감사한 마음을 상급자에게 표해야 한다. 회식을 쏘고 상품권 등 감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배은망덕한 자로 찍힌다. 이런 문화는 본인이 하급자에서 상급자로 올라가도 보상 기제가 작용하면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대표적인 게 은행이다. 과거에는 남성 하급자가 승진할 경우 1차 회식은 물론 2차 성상납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승진 회식하라고 지점장한테 업무추진비가 나오지만 업추비는 지점장 쌈짓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승진을 무기 삼아 지점장은 승진 대상자들을 쥐어짜서 나온 실적을 자신의 공으로 돌린다. ‘태움’과 ‘왕따’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은행 내 감사팀은 이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조직의 안정을 중시한다.
이런 조직일수록 돈을 버는 일선 영업부서보다는 관리 성격인 인·비·총(인사·비서·총무) 부서가 ‘갑’이다. 한번 인사팀에 들어가면 마치 ‘모피아’처럼 똘똘 뭉쳐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다. 이들한테 밉보이면 집에서 도저히 출퇴근이 불가능한 지점으로 발령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다. 시중은행장들 이력을 보면 대부분은 인사팀에 한 번이라도 몸을 담았다.
이런 은행 조직의 정점에 있는 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불리는 금융지주 회장이다. 그 자리는 수십억원의 연봉에 은행뿐 아니라 보험·카드·증권 등 계열사를 쥐락펴락한다. 재벌 오너와 같은 막강한 권한은 있는데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지난 정부까지는 셀프 연임으로 10년까지 장기집권도 가능했다. 그렇게 좋은 자리니 장관과 금융위원장까지 한 인사가 스스로 금융지주 회장으로 ‘강등’을 택한다.
이들은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우리은행)이 발생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불공정거래로 직원들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발각돼도(KB국민은행) 사과 한마디 없다.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대구은행 사건은 더욱 황당하다. 대구은행은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금융감독원에 사고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대구은행 고위 관계자는 “횡령 등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은행이 금융실명제 위반이라는 심각성조차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은행을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발표를 한 마당이니 은행이나 금융당국이나 도긴개긴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수십년간 셀 수 없이 많은 내부 혁신과 시스템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최근 사건들을 보면 말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회장부터 문제가 발생하면 아래로 떠넘기면서 입으로만 조직문화 개선을 말하는데 씨알이 먹힐 리가 없었다. ‘잘못해도 안 걸리면 되고, 걸려도 밑에 떠넘기면 된다. 당장의 실적으로 조직에 인정받는 게 최우선이다.’ 회장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런 마음가짐이 은행원들의 마음속에 굳어졌을 것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경고하면서 뒤로는 미용시술을 하는 금융지주 회장 모습을 보면서 구성원들은 그를 두려워할지언정 존경하진 않는다.
그래서 금융지주 회장을 제대로 뽑고, 그런 사람이 솔선수범하면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은행 내부 통제에 실패하는 일이 생기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할 정도의 배수의 진을 칠 결단력이 있는 이가 회장에 올라야 한다. 지금처럼 낙하산이 횡행하고, 실력보다 정권 실세와 가까운지에 따라 회장이 임명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은행은 계속 ‘안되는 조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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