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이준석 포용론'에 국민의힘 내부 기류 '미묘'

김민석 2023. 8. 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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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이준석 같은 사람 포용해야"
이정현 "이준석 포용할 수 있어야 집권당 자격"
당 안팎서 "'이준석-유승민', 따로 봐야" 주장도
"청년·수도권 그리고 중도층에 영향 끼칠 것"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DB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내부 시선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청년과 수도권 표심을 위해 이 전 대표를 품어야 한다는 '이준석 포용론'이 조금씩 표면화되고 있어서다. 당내에선 총선에서 필요한 중도층 표심에 이 전 대표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까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은 안 되지만 이준석은 품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며 이 같은 기류가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KBS라디오에 나와 "국민의힘이 이준석 같은 사람을 포용, 끌어안는 노력을 하는 것이 내년 총선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14일 KBS라디오에서 "이준석 같은 사람도 당에 절대적으로 있어야 되고 그런 목소리도 필요하고 그것을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정당이 되어야만 집권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했었다.

이 전 대표를 품어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30일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라"고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달 2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지난 대선에서 한배를 타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사람들"이라며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졌는데 (그들에게) 윤 정부를 성공시킬 책임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포용론에 힘을 실었다.

이들이 이 전 대표 포용론을 꺼내든 것은 내년 총선에 이 전 대표의 쓰임새가 분명히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청년층에 대한 상징성과 메시지 전달 능력 등이 수도권과 중도층 포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집권 중간에 이루어지는 선거에서 국민들의 반응이 어떻다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선거 행태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특히 수도권의 유권자들의 선거 행태라는 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원외인사들 뿐만 아니라 원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없지 않다. '원팀'을 위해 이 전 대표를 끌어 안아야 한다고 말한 안철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기는 게 맞는데, 정도의 문제가 있다"며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미리 의사소통을 하면서 함께 원팀이 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관건은 당내 주류의 인식이다. 친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용산 쪽은 잘 모르겠지만 최근 국민의힘 기류를 보면 당내에서 '이준석 대표한테 장난치지 말자'라는 쪽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천 위원장은 "요새 나오는 메시지 결을 보면 '유승민은 안 되는데 이준석은 된다'는 식"이라며 "예전에 천하람은 되는데 이준석은 안 된다 했다가 이제는 유승민 전 의원 빼고는 다 된다는 식으로 점점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적어도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젊은 층한테 영향력이 있지 않느냐"라며 "총선을 잘 치르려면 적어도 이대남(20대 남자), 30대 남자들의 표를 국민의힘이 더 많이 가져와야 하는데, 이 전 대표를 정상적으로 출마시키는 게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날을 세워왔던 이 전 대표도 최근에는 메시지의 강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강골 검사로 소문났던 사람이 박근혜 정부 때도 한직에 밀려났고 갑자기 추 장관에게 징계를 맞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등 그것을 극복했기에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의 강심장적인 면모는 인정해야 한다"고 평했다.

또 이날 오후에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윤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생전에 고인을 따로 뵙지는 못했지만 고인을 잘 아는 분들이 말씀을 주시기로는 대통령의 강직한 모습은 상당히 부친에게서 비롯됐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며 "갑작스럽게 이런 비보를 듣게 돼 너무 안타깝고 대통령께서도 상심이 크시겠지만 가족들과 추모하는 많은 분들과 슬픔을 이겨내시길 기대한다"고 진심을 담아 위로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어찌 됐든 당대표로서 지난 대선 때 선거를 치르면서 정권 교체에 힘을 실은 측면이 분명히 있는 만큼 당에서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며 "특히 2030대를 향한 영향력과 본인 지역구가 수도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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