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재승박덕했던 알키비아데스
그리스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가 쓴 고대 그리스·로마의 역사책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삶을 산 사람은 알키비아데스(BC 450~404)였다.
명문가에 태어나 육신은 대리석 조각처럼 아름답고 건장했으며, 스승 소크라테스에게 배워 당대 최고의 지성이 되기에 충분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정관 페리클레스의 손에 큰 것도 운명이었다. 그의 생애를 보며 경탄한 플라톤이 『알키비아데스 평전』을 남겼다.
알키비아데스 같은 사람들이 겪는 공통된 비극은 교만과 ‘여난’(女難)이다. 교만은 천천히 자살하는 것이다. 발음이 부정확한 것 말고는 흉잡힐 것이 없는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 밑에서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하고 스승에게 정치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충고했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정치인은 늘 좋은 해독제를 몸에 품고 다녀야 한다.”
전략적 두뇌가 비상했던 알키비아데스는 승승장구해 대장군까지 승진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그를 부러워하고 존경하면서도 두렵게 여기며 시기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하는데 알키비아데스는 그렇지 못했다. 조국에서 버림받고 스파르타로 망명해 다시 대장군이 된 다음 스파르타 왕 아기스의 왕비와 사통해 아들을 낳았다. 자기 아들로 스파르타의 왕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파르타에서 버림받고 있던 차에 아테네의 정세가 어지러워지자 알키비아데스는 사면을 받고 귀국해 조국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러나 다시 방종하고 문란한 생활을 하면서 옛날 하던 버릇으로 되돌아갔다.
드디어 아테네의 귀족들은 자객을 보내 알키비아데스의 집에 불을 지르고 살해했다. 그는 티만드라라고 하는 창녀의 치마폭에 쌓여 생애를 마쳤다. 덕망을 갖추지 못한 재주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여주면서.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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