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사태 규명 시작도 못 하고 파행한 무능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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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위, 김관영 전북지사 출석 놓고 ‘네 탓’ 공방만
감사원, 원인·책임 밝히고 세금낭비 구조 근절해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 등을 놓고 현안 질의가 예정됐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어제 시작 26분 만에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회 집행위원장이었던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의 출석을 요구했다가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위원들이 집단 불참했다. 그러자 당초 폭우 수해 관련 질의를 받을 예정이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나오지 않았다. 여야는 파행 이후 앞다퉈 마이크를 잡고 상대방의 책임이라며 꼴사나운 공방전만 벌였다.
개최지 지자체장이기도 한 김 지사는 이번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당연히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현안질의 등에 나와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했어야 마땅하다. 전 국토가 반나절 생활권인데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긴 김 지사가 어제 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잼버리 준비가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에 걸쳐 진행됐는데도 여야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매를 버는 꼴이다.
국회는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을 비롯해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등을 망라해 진상 규명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줬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김 장관은 대회 이후 브리핑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지사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첫날부터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SNS로 외부에 알리다 보니 문제점이 증폭된 결과도 있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고위층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실무자들만 처벌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부터 책무를 다해야 한다.
감사 준비 단계에 착수한 감사원 역시 국가 감사기관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파행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내기 바란다. 감사원은 대회 유치부터 준비 과정, 대회 운영, 폐영까지의 대회 전반을 감사하겠다고 했다. 모든 유관기관이 대상이어서 잼버리 조직위에 참여한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북도 등 다수 기관이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새로 매립해야 하는 부지를 선정한 과정에서부터 수천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폭염 대책 미비와 불결한 화장실, 부실한 식사 등 문제를 낳은 복마전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
감사원은 정치권과 지자체가 국제행사를 명분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따내는 양상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행사와 관계 없는 개발에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6년간의 준비에도 국제적 망신을 당한 실패는 같은 잘못을 막을 기회이기도 하다. 감사원과 국회부터 혹독한 ‘징비(懲毖)’의 기록을 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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