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할배’가 하늘에서 던져준 야구 장학금

롯데 자이언츠의 열성 팬이었던 고 케리 마허 교수. [중앙포토]

‘사직 할배’와 야구 소년의 인연이 6년 만에 되살아났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아꼈던 고(故) 케리 마허 교수와 부산고 1학년 우명현(16)의 이야기다.

미국 출신의 마허 전 영산대 교수는 2013년부터 부산 사직구장과 전국 야구장을 돌며 롯데의 전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경기 때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열성적으로 응원해 야구팬 사이에서 ‘사직 할아버지’로 불렸다. 하지만 마허 교수는 지난해 8월 16일 건강이 나빠지면서 68세의 나이에 별세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열성 팬이었던 고 케리 마허 교수(위 사진)가 만든 야구 장학금을 받게 된 부산고 투수 우명현. [사진 스포츠공화국]

생전 마허 교수는 부산 지역 유소년을 위한 야구 장학금을 만들고 싶어했다. 마허 교수의 대리인인 김중희(43)씨는 “기일을 앞두고 롯데 구단에 연락했다. ‘고인이 가장 좋아했던 장소인 사직구장에서 1주기 행사 및 장학금 전달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롯데 구단이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롯데도 장학금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황금사자기 MVP에 오른 부산고 안지원을 비롯해 하현승(센텀중), 김진욱(대천중), 김민서, 박의진(이상 부산중) 등 부산 지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선수 6명이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초등학교 시절 마허 교수와 기념사진 찍은 우명현. [사진 우명현]

마허 교수와 특별한 추억이 있는 부산고 투수 우명현도 장학금을 받았다. 우명현은 초등학교 시절이던 2017년 사직구장에서 마허 교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명현은 “사직구장에 자주 갔는데 사실 그때는 마허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다. 나중에 나처럼 롯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야구장에서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면 반겨주셨다”고 했다.

수영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우명현은 중학교 때 이미 시속 140㎞의 빠른 공을 뿌려 화제를 모았다. 큰 키(1m91㎝)에 부드러운 투구폼까지 갖춘 유망주다.

롯데는 16일 SSG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 마허 교수의 1주기 추모 영상을 상영하고, ‘케리 마허 장학금’ 전달식을 거행했다. 우명현은 “지난해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교수님이 만든 장학금을 받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 프로 선수가 돼 사직구장에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