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대통령 취임식, 단 아래서 봤다
지난해 5월 10일, 4만여 명이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국회 본청 현관 앞 단상에선 멀리 떨어진 잔디밭에 마련된 임시 좌석에 회색 정장을 입은 한 노신사가 앉아 있다. 지난 15일 92세로 별세한 윤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통상 대통령의 가족은 VIP로 분류돼 취임식 단상에 앉는 것이 관례지만, 91세였던 고인은 일반석을 고집했다.
당시 취임식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A씨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교수님이 일반석으로 걸어오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며 “급히 인사를 드리러 간 모습을 함께 간 친구가 찍어줬다”고 중앙일보에 사진을 건넸다. A씨는 “윤 교수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 간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주선 당시 대통령 취임식준비위원장은 “윤 교수님을 당연히 단상에 모시려 했지만 ‘다른 귀한 분을 모시라’며 한사코 사양했다”며 “윤 대통령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해 일반석을 내드렸다”고 사연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들은 이 같은 고인에 대해 “항상 일관된 평소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인은 아들이 사법고시 9수를 하던 시절에도 답답함을 내색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기본서에 충실하라며 원리를 파고드는 공부를 주문했다. 고인은 아들의 사법고시 합격 이후엔 공직자의 태도에 대해 자주 당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은 “아들이 검사가 된 뒤 윤 교수님은 ‘절대 부정한 돈을 받으면 안 된다’ ‘밥을 얻어먹고 다니지 말라’는 말을 달고 사셨다”며 “총각 시절엔 빈 지갑을 슬쩍 보시고 돈을 넣어주신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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