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세공법의 기발한 변신

이경진 2023. 8.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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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방효빈의 동그란 작업세계.
오링(O-ring)의 무한한 변주. 5개의 원형 링을 결합해 완성한 조명 ‘오 라이트(O-light)’.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발상을 불러일으키는 ‘치트키’ 중 하나는 쓰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공예 기법을 작업 그 자체로 사용한 방효빈 작가의 ‘오링(O-ring)’ 시리즈처럼.

‘오링 체어 2(O-ring chair 2)’의 정교한 디테일.

금속공예를 전공한 방효빈은 금속 선을 말아 만드는 동그란 형태의 링으로 자신의 작품 전체를 엮어낸다. SF영화에 등장할 법한 형태의 의자와 조명은 오랜 시간 단순히 연결 요소로 사용돼 온, 가장 전통적인 세공법에서 착안한 것.

그룹전 〈논-논-논〉에 전시된 방효빈의 ‘오링’ 시리즈.

작가 스스로 가장 안정감과 매력을 느끼는 형태인 ‘원’만으로 조형을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 방효빈은 원과 원을 연결하면 따로 고정시키지 않아도 단단하게 연결되는 오링 기법을 전에 없던 크기로 확대하고 무수히 연결해 구조적 공간감을 지닌 아트 퍼니처로 완성했다. 곡선과 곡선이 중첩돼 빚어내는 긴장감, 눈이 시리도록 선명하고 쾌활한 색. 동그란 링으로 이뤄낸 ‘오링’ 시리즈는 공간에 독보적 활기와 쾌감을 불어넣는다.

‘오링 체어 3’(2023).

기법의 쓸모와 가치를 재해석한 방효빈의 작품세계는 주목받지 못한 요소에 관한 관심에서 온다. 전시 〈용도의 쓸모〉(2022)와 〈모노카픽〉 (2022) 등에 참여하며 일관적으로 탐구해 온 주제다. ‘탱탱볼’이라는 탄성있는 장난감을 의자 좌면에 배치해 쿠션의 역할을 부여한 작품은 링 형태의 금속 프레임과 촉각적 재미를 지닌 ‘탱탱볼’의 공존이 주는 위트와 묘미가 대단하다. 기존 가구 산업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를 배제하고, 실용적인 사물로 인식되지 못했던 재료를 적용한 이 의자는 사람이 앉는 압력에도 잘 버티고 ‘탱탱볼’ 속 공기 주입량에 따라 볼륨 조절이 가능해 쿠션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한다. 동그라미로 이룬 작은 우주가 선사하는 즐거운 미적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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