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협조'를 '협박'이라 주장…與 "이젠 공문인식장애냐"

정계성 2023. 8.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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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백현동 용도변경은 朴 요구" 진술
과거 국감 땐 "협박 받았다" 주장하기도
공문엔 '용도변경 후 매각 적극 협조 바람'
이기인 "강압 정황 없어…공문인식장애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이 "박근혜 정부의 요구였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진술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는 지적이 국민의힘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국토부의 공문은 '적극적 협조' 요청으로 강압이라 볼 수 없으며, 비슷한 공문을 받은 28개 지자체 중 무려 4단계나 용도를 상향한 곳은 성남시뿐이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16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자료를 공개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추진을 지시한 증거"라고 했다. 전날에는 검찰에 보낸 진술서와 함께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던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국토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했다"며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증언했었다. 해당 발언은 현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진술에는 '협박'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지만,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가 제시한 자료와 국토부 공문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재원 마련을 위해 부지 용도변경 및 매각을 추진한 것은 맞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 역시 사실이다.

감사원 "성남시, 강제사항 아님 확인"
무려 4단계 변경, 타 지자체 전례 없어
하필 측근 재직 회사 유리하도록 변경

하지만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협박' 혹은 '강압'이라고 볼만한 정황은 없었다. 4단계나 무리하게 용도변경을 추진해 매각하라는 내용은 더더욱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2014년 12월 성남시가 국토부로부터 '용도변경은 강제사항이 아니다'라는 것을 확인한 공문까지 발견됐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가 검찰 출석을 앞두고 느닷없이 백현동 용도변경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졌다"며 "이 대표의 습관성 거짓말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지겹다"고 했다.

이 대표의 진술서 내용으로 미루어 봤을 때, '김문기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 측은 '안다' 혹은 '모른다'는 개인 인식의 영역으로 사실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안면인식장애가 있느냐는 말도 듣는다"는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백현동 사건 역시 진술서 내용 외에는 묵비권을 행사한 뒤. 재판에서 국토부의 공문이 이 대표 입장에서 '강압' 혹은 '요구'로 인식될 수 있었다는 주장을 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공문은) 용도변경을 통한 매각 권고였지 압박을 받을 수준이 전혀 아니었다"며 "본인 재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술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안면인식장애를 주장한 것에 빗대 "공문인식장애를 주장할 셈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도의원은 국토부와 성남시가 주고받은 공문을 입수해 최초 공개한 바 있으며, 김문기 사건 재판에도 증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도의원은 "백번 양보해 이 대표 입장을 대변해서 협박을 받았다고 쳐도, 무려 4단계나 그것도 측근이 있는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용도변경을 해주느냐"며 "정부가 매각을 하라고 하니 민간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용도변경을 해서 측근들의 배를 불리게 할 심산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 지방재정 개편으로 성남시 예산이 줄어들 위기에 놓이자 광화문에서 단식투쟁까지 한 사람인데, 백현동 용도변경 압박을 받았다면 당장 SNS에 올려 반발했을 것"이라며 "교묘한 거짓말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판부가 단호하게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신의 SNS와 메신저 단체방 등에 검찰의 '묻지마 기소강행'을 주장하는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하며 사실상 묵비권 행사를 예고했다"며 "결백을 장담했던 이 대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법의 판결조차 언론플레이로 피해보려는 구차함과 꼼수만 남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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