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Boiling…산업지도까지 바꾼다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8. 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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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이 남은 생에서 가장 서늘”
뉴노멀 된 ‘폭염’에 비상등 켜졌다

돌아보면 덥지 않은 여름은 없었다. 그래도 올해가 유독 더웠다는 데 토를 다는 이는 별로 없다. 4년 만에 폭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렸다는 것부터 그렇다. 설상가상 폭염 이후 태풍 카눈까지 한반도를 강타하며 한국인은 전례 없는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폭염에 시달린 것도 아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를 측정하는 미국해양대기청은 지난 5월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5월이라고 했다. 그리고 6월도, 7월도 역사상 가장 더웠다. 아마 8월도 그럴 것이다. 폭염은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 논문은 이렇게 기술했다.

“기후변화와 슈퍼엘니뇨가 결합한 폭염으로 올해부터 2029년까지 6년간 최소 3조달러(약 4017조원) 수준의 경제 성장 둔화가 나타날 것이다.”

2100년까지 생존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 그 먼 미래에는 손실 금액이 84조달러(약 11경2476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민국은 폭염에 준비가 돼 있을까.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는 끝났다. 우리는 지구가 들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에 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가 올해 7월 가장 더웠다고 확인했다. 이를 두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끓는다’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두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올여름 유독 덥다고 느낀 이들이 많을 듯하다. 강릉 수은주가 38도를 가리킨 7월 한여름, 온열 질환자는 2000명을 넘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폭염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낮 최고 기온이 46도를 넘나드는 이탈리아에선 ‘지옥 주간(Settimana Infernale)’이라는 별칭이 나왔다. 43℃를 웃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7월 첫 주에만 17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70일간 역대 최장 폭염을 겪었던 중국은 올여름 52.2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일본은 7월 마지막 주 1만명 넘는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인도는 폭염이 너무 일찍 시작돼 지난봄부터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북반구와 계절이 정반대인 남미는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40도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WMO는 지난 8월 8일(현지 시간) 올해 7월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16.95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940년 관측과 기록이 시작된 이후 역대 월별 기록 가운데 가장 높았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19년 7월의 16.63도보다 0.32도 높다. 과거 최고 기온 기록이 100분의 1도 또는 10분의 1도 단위로 깨졌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격차의 기록 경신이다.

국제 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고 합의했다. 이 제한선으로 추정되는 기온은 16.96도다. 미국 기후 싱크탱크 버클리어스에 따르면, 과거 1.5도 마지노선을 넘은 달은 지금껏 10번 있었다. 하지만 북반구 여름철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WMO가 “국제 사회가 꼽은 마지노선에 근접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 기록

폭염에 따른 경제 손실 6년 4000조원

폭염은 더 이상 ‘이상 기온’이 아닌 ‘뉴노멀’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올해 7월 세계 인구 수백만 명에 영향을 미친 극심한 날씨는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의 냉혹한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인류가 몸으로 폭염을 느끼고 있어도 대비는 미흡하다.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전 세계 석탄 수요가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IEA는 2023년 석탄 수요를 전년보다 0.4% 상승한 83억8800만t으로 예측했다. 탄소 배출 감소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폭염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 물가 폭등을 불러일으켰다. 지구촌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물류와 에너지의 판을 바꿔놨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메마른 라인강이 단적인 사례다. 라인강은 ‘서유럽 내륙 운송의 심장’이다. 스위스·프랑스·독일·네덜란드를 가로지르며 연간 2억t의 화물을 운송한다. 그러나 주요 유역 수위가 50㎝ 아래로 떨어지며 물류난이 초래됐다. 이는 인근 산업단지의 생산 차질로 번졌다. 여기에 전 유럽이 가뭄 영향권에 들어 유럽 곡물 생산량은 전년비 8~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체방크의 슈테판 슈나이더 이코노미스트는 “라인강 수위가 계속 낮아진다면 1.2%로 전망되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염은 노동생산성도 떨어뜨린다. 미국 UCLA대 연구에 따르면, 평균 기온 1도 상승 시 노동생산성은 2% 떨어진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폭염에 따른 미국 생산성 손실액이 2050년 5000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비용은 늘어나고 생산성은 떨어지며,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폭염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지구촌 경제를 휘감는다. 폭염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 손실은 향후 6년간 3조달러, 우리 돈 40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왔다.

“사람들이 아직 위험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는 지금 남은 인생에서 가장 서늘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Most people STILL don‘t know what peril they are in. This will be the coolest summer for the rest of your life).”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인 기후학자 피터 칼무스가 지난 7월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이 문장에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섬뜩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폭염 대처법 찾기란 더욱 힘들어질지 모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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