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리츠’? 韓 오피스 반등 기대감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8. 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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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상 막바지…주목해야 할 투자처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시장에 온기가 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면서다. 리츠는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삼은 펀드(부동산투자신탁)다. 부동산에 투자해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배당을 받는다. 국내 상장한 주요 리츠 예상 배당수익률은 6~7%대에 달한다(한국리츠협회).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에 안정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리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 일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츠 투자로 재미를 보기 어려웠다. 꾸준히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하는 ‘에프앤가이드 리츠지수’는 지난 8월 8일 668로 거래를 마쳤다. 7월 28일 673으로 연저점을 쓴 이후 지속적으로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 리츠 TOP10’ 지수도 하락세다. 연초 877로 출발해 8% 넘게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1.41%)와 비교해 여섯 배나 더 급락했다. 배당만을 노리고 투자하기는 가격 하락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위축된 투자 심리는 IPO에서도 나타났다. 상반기 대어급 신규 상장 리츠로 분류됐던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도 흥행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한화리츠는 일반청약에서 최종 경쟁률 0.53 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규모가 큰 그룹 계열사를 대주주로 둔 초우량 스폰서 리츠로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삼성FN리츠 흥행도 기대 이하였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1.87 대 1로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5000원) 대비 4.2% 낮은 4790원으로 형성됐다.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는 공모가(5000원)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인다.

리츠 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국내 상장 리츠도 덩치를 키우며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국내 최대인 SK리츠는 9월 증자를 추진하며 SK하이닉스 수처리 시설을 품게 됐다. 사진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제공)
가파른 금리 인상에 곤혹

美 부동산 한파도 악영향

리츠가 외면당한 이유는 가파른 금리 인상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는 대부분 큰돈을 빌려 사업을 추진한다. 이 때문에 조달금리가 오르면 사업성이 떨어진다. 리츠 수익은 줄어들고,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떨어진다. 높은 실물 시장 가격대와 높은 금리는 기초자산 가치 상승이 어려워지는 원인이 된다.

아울러 코로나19 국면에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떨어졌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준금리가 국내 상장 리츠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돌아선 건 올해 하반기다. 우선 미국 금리 인상이 곧 마무리된다는 시장 인식이 리츠를 다시 쳐다보게 만들었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미국 기준금리는 5.25~5.5%까지 뛰었다. 2001년 1월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더 이상은 오르기 힘들다는 견해가 주류로 부각됐다. 한 걸음 나아가 미국에서는 경제 낙관론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로 가고 있다고까지 했다. 골디락스는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국내 금리도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총괄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실제로 지난해 말 이후 금리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논란이 잠잠해지고 있다는 점도 리츠에는 호재다. 미국 오피스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업체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미국 내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1년 전보다 상승했지만 빌딩별로 편차가 있다. 미국 주요 도시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지난 2분기 기준 17.5%로, 지난해 2분기 15.5%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뉴욕 맨해튼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지난 2분기 기준 15%까지 올랐다.

하지만 공실률이 낮은 빌딩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게 코스타그룹 분석이다. 뉴욕 오피스의 경우 공실률 5% 미만 빌딩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공실률 20% 미만 빌딩은 전체의 80%에 이른다. 2010년 이후 준공된 신축 빌딩의 경우 공실률 낮은 건물의 비중이 더 높다. 공실률 5% 미만 빌딩은 전체의 54%로 절반 이상이다. 공실률 20% 미만 빌딩은 전체의 79%에 이른다.

국내 오피스는 공실률 낮아

SK리츠 증자로 덩치 더 키워

국내 상장 리츠의 경우 미국 부동산에 좌우될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투자 심리가 약해질 수는 있지만 국내 오피스 시장은 아직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컬리어스글로벌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평균 대비 재택근무 비율이 낮고 통근 거리는 짧다. 오피스 밀도는 글로벌 평균 대비 높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약 2.3%로 아시아 태평양 평균 공실률(약 10%)보다도 월등히 낮다. 서울의 2022년 오피스 공실률은 6.4%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크게 회복한 수치다.

국내 부동산 투자도 크게 늘었다. CBRE코리아는 지난 2분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 규모는 전분기 대비 72% 증가한 3조8307억원이라고 밝혔다. 오피스 자산 거래가 2조3936억원으로 1년 전 대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총 거래 규모는 6조517억원이다. 2022년 상반기의 절반 수준이자 2022년 전체 거래의 약 30%까지 회복됐다.

리츠 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국내 상장 리츠도 덩치를 키우며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국내 최대인 SK리츠는 9월 증자를 추진하며 SK하이닉스 수처리 시설을 품게 됐다. 총자산 4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려 ‘공룡 리츠’가 탄생했다. 2위권인 롯데리츠(2조3300억원), ESR켄달스퀘어리츠(2조2600억원)와의 격차를 2조원 수준으로 벌리며 독보적인 덩치를 자랑하게 된다. 2018년 리츠로 처음 상장한 신한알파리츠(1조9240억원)에 비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프라임급 대형 오피스 빌딩들과 110여개 주유소에 이어 국내 최초로 산업 시설까지 산하에 두는 SK리츠의 수익 다변화 전략이 통할지 업계 관심도 커졌다.

SK리츠는 자산 다변화를 이루는 한편 배당률까지 높이는 운용 전략을 다시 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수처리 시설의 연간 임대료율을 6.4%로 시가 배당률 대비 높게 책정했다. SK리츠 측은 “하이닉스의 수처리 시설 인수는 빌딩이나 물류센터 등 전통적 자산에서 벗어나 산업 시설로 투자 대상을 확대해 리츠 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리츠 내 자산을 다변화하면 변동성이 축소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8월 9일 국내 상장 리츠를 선별적으로 담는 ‘이지스 라이징 K리츠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성장하는 국내 상장 리츠를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총자산 50% 이상을 국내 상장 리츠에 투자해 안정적인 배당과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리겠다”는 게 이지스자산운용 설명이다.

불안한 시선도 여전하다. 금리가 더 오르거나 부동산 PF 부실이 터진다면 리츠에 대한 투자 심리는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서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아파트로 번진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국면을 리츠의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는 이들이 있는데, 금리, 부동산 PF 불안 등이 안정권에 접어들 때까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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