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싼타페에서 만난 ‘디 올 뉴 싼타페’… 도심·아웃도어 다 잡은 패밀리카 ‘끝판왕’
현대자동차가 싼타페 5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상세 제원을 공개했다. 이번 풀체인지 모델 공개 행사는 특별히 미국 뉴멕시코주의 주도(主都) 싼타페에서 열렸다. 싼타페 모델명을 따온 바로 그 지역이다. 연내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등 주요 국내 완성차 기업이 굵직한 신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국산 신차 중 유일하게 완전변경을 거친 신형 싼타페로 북미 등 글로벌 시장과 내수 시장을 모두 잡는다는 포부다.
현대차는 이르면 8월 판매 예정인 중형 SUV ‘디 올 뉴 싼타페(이하 신형 싼타페)’ 실물을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행사에서 선보였다. 2018년 4세대 모델 이후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풀체인지 모델인 데다 레저 관광이 발달한 싼타페 지역에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신형 싼타페가 갖는 상징성이 남다른 것으로 평가한다.
디펜더·하이랜더에 도전장
신형 싼타페는 2000년에 나온 1세대 싼타페의 디자인 콘셉트를 계승했다. 다만 도심형 SUV 트렌드에 초점을 맞췄던 1세대 싼타페보다는 ‘갤로퍼’를 더 닮았다. 갤로퍼는 1991년 9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생산했던 프레임 타입 4륜구동(4WD) SUV다. 테라칸, 싼타페, 투싼, 팰리세이드 등 현대차 SUV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쌍용차(현 KG모빌리티) 코란도, 코란도 훼미리(패밀리)와 함께 ‘각진 매력’을 앞세워 한국차 4륜구동 전성기를 이끌었다.
신형 싼타페 디자인을 총괄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아이오닉5가 포니의 정체성을 이어받았듯 싼타페는 갤로퍼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도심과 아웃도어 차박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차량이라는 점에서 갤로퍼의 맥락을 잇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외관 곳곳에는 현대차를 상징하는 ‘H’를 새겨 넣어 정체성을 더했다. 예컨대 ‘H 라이트’는 헤드램프와 좌우 헤드램프를 수평으로 길게 연결하는 램프에 적용됐다. 그랜저나 쏘나타, 아반떼는 물론 아이오닉5·6, 코나와도 닮았다. 신형 싼타페는 리어램프에도 H 라이트를 반영해 전면 디자인과 통일감을 줬고 전면 범퍼 디자인과 그릴 패턴 역시 H를 모티브로 한다. 실내 대시보드 전면, 송풍구 등에도 H가 등장해 외모와 조화를 추구하면서 개방감도 향상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각진 디자인 탓에 실물 공개 전까지만 해도 랜드로버 디펜더나 레인지로버, 지프 랭글러, 토요타의 하이랜더와 판박이라는 비판도 적잖았다. 하지만 뉴멕시코주에서 신형 싼타페가 공개된 당일 미국 현지·해외 언론에서는 ‘생각보다 콤팩트한 차’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차’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영국 오토카의 매트 프라이어 기자는 “전체적인 비율이 좋아 실물이 사진보다 작아 보인다”면서 “거친 오프로드, 아웃도어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영리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랜서 기자 로버트 클라이모는 “신형 싼타페가 이전 모델 대비 과감한 디자인을 적용했고 혁신적인 요소를 두루 담아냈다”며 “공간 활용성을 중시하는 북미, 중국 시장에 잘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10일 공식 출시된 신형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국내에선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 1.6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5ℓ 가솔린 기본 엔진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판매된다. 디젤 모델을 없애고 하이브리드 비중을 늘린 게 특징이다. 친환경 기조에 맞춰 급격히 늘어난 하이브리드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가솔린 2.5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81마력에 최대 43㎏·f·m의 토크를 뽐낸다.
현대차는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싼타페로 지지부진했던 중형 SUV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2018년 출시된 4세대 싼타페 판매량은 기아 쏘렌토는 물론 KG모빌리티 토레스에도 밀리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올해 1~7월에도 싼타페 내수 판매량은 1만8636대로 쏘렌토(4만2236대)와 토레스(2만7218대)에 이어 중형 SUV 3위에 머물렀다.
다만 그동안 싼타페가 미국 내 현대차 판매량의 상당 부분(올 상반기 기준 39만4613대 중 6만1142대)을 견인해온 점, 이번 풀체인지 모델이 북미 등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국내 아웃도어·캠핑족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용성 디테일 곳곳에…“300번 오르내리며 점검”
Q. 디 올 뉴 싼타페의 디자인 콘셉트는.
A. 디자이너가 차량 디자인을 계획할 때 ‘영감’보다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점을 아시는지. 싼타페 프로젝트를 시작한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국내에서는 ‘차박’이라는 단어가 뜨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수요자가 늘기 시작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는 ‘차박’이라는 말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됐다. 이에 착안해 싼타페에 변화를 줬다. 기존 도심형 SUV였던 차량(싼타페)을 아웃도어, 오프로드로 데려다놓기 위해 박스형 디자인을 적용하고 당당한 캐릭터를 강조했다.
Q. 직사각 테일게이트와 낮은 후미등 위치를 두고 호불호가 적잖게 갈린다.
A. 흔히 차를 볼 때 램프 등 디테일을 보는데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례와 전체적인 밸런스다. 신형 싼타페는 정말 비례에 충실한 차량이다. 후미등을 낮춘 이유는 테일게이트 받침대 사이에 있는 그레이존(죽은 공간)을 줄이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요즘에는 낯선 디자인이지만 과거 1970~1980년대 SUV가 낮은 후미등을 달고 나왔다.
Q. 공간 활용에 중점을 둔 건가.
A. 그렇다. 신형 싼타페에는 불필요한 공간이 단 한 곳도 없다. 루프랙을 오르내릴 때 잡도록 C필러에 숨겨둔 ‘그랩 핸들’이 대표적이다. 이 핸들을 잡고 2열 좌석 측면에 발 디딤대를 만들어 보다 편의성을 높였다.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도록 직접 300번 이상 올라다봤을 정도다. 자동차 디자인은 고객이 편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차박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싼타페가 한국 시장에서도 꽃필 수 있다고 본다. 테일게이트의 경우 ‘ㄱ’자 모양의 힌지(경첩)를 적용한 덕분에 다른 SUV에 비해 열리는 데 필요한 공간이 적다. 문을 열다 벽을 긁는 일이 없는 셈이다. 위아래로 열리는 덕분에 차박 시 그늘막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싼타페(미국) =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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