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車 주목…성장주, 기회 온다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8. 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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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이을 새로운 주도주 찾아라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연초 증시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로봇 열풍이 끝나기도 전에 바이오·반도체·엔터 업종이 상승세에 올라탔다. 이어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업종이 광풍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초전도체 테마로 수급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제 하반기 어떤 업종이 바통을 이어받아 증시를 주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주도주 교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조선 업종의 본격적인 주가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단,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주가 부진이 길었던 성장주 투자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반등” 증권가 한목소리

업황 반등 신호 명확하다

대부분 증권사가 하반기 증시를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하반기 업황 반등과 함께 주가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대체로 전망치에 부합한 가운데, 예상치를 웃도는 종목군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기계, 미디어, 증권, 상사, 헬스케어 업종이다. 특히 반도체는 2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나, 예상보다 적자폭을 축소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판가가 여전히 잠잠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나, 재고 순환 지표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반도체 재고 순환 지표가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6월 바닥 통과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과거에도 이 지표가 플러스 전환 이후 반도체 수출 가격이 따라서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우호적인 수출 환경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자동차도 비슷한 이유로 하반기 전망이 긍정적이다. 미국 수출 최대 품목인 자동차는 수요 확대로 여전히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각각 7만2857대, 7만930대로 집계됐다. 코로나 이전 월평균 5만~6만대를 판매했던 것과 비교해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순수전기차(BEV) 중심의 판매 성장이 이어지는 중이고, 기아는 친환경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양호한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업종은 대기 수요가 여전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자동차 가격 상승이 동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양호한 실적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탄 조선주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중장기 실적 개선의 핵심인 신조선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는 견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도 중소형선 중심으로 컨테이너선 교체 발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탱커 발주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완만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사들의 수주 호황으로 2025년까지 건조량이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라며 “내년 탱커 발주가 본격화되면 실적 개선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업황 고점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하반기부터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이익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하반기 증시 주도주로 반도체 업종을 꼽았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4세대 HBM3 아이스볼트. (삼성전자 제공)
바이오 등 성장주 재조명 가능성

과도한 수익률 기대는 피해야

‘성장주에 다시 주목할 시기’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성장주가 타격을 입었지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며 회복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 부진이 길었던 바이오 종목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유독 금리에 민감한 바이오주 특성상 금리 인상이 멈추면 자금이 다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최근 알츠하이머나 비만 등 신약 시장이 커지며 투자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자산운용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감지하고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지난 8월 3일 국내 최초 바이오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인 ‘KoAct 바이오헬스케어 액티브’를 상장한 데 이어,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한국거래소에 바이오 액티브 ETF인 ‘TIMEFOLIO K바이오 액티브’ 상장 신청서를 접수했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8월 말 바이오 관련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바이오 상품이 속속 등장하며 막혔던 수급도 개선되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바이오헬스케어 액티브’는 상장한 지 3일 만에 순매수 규모가 300억원에 육박했다. 상품이 담고 있는 종목 주가도 반응을 보였다. 8월 3일부터 9일까지 한미약품(20%), 알테오젠(13%), SK바이오팜(9%), 셀트리온헬스케어(8%), 유한양행(7%) 등이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이들 모두 ‘KoAct 바이오헬스케어 액티브’ 상품의 포트폴리오 종목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K바이오 액티브’ 역시 이들 종목을 포함할 계획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 기간에 대형 제약사를 비롯해 수많은 바이오 업체들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로 인해 기존의 신약 개발이 늦어지고 업종이 전체적으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리오프닝과 함께 백신에 쏠렸던 자원이 다른 분야에 투입되기 시작됐다”며 “내년부터는 다양한 신약 개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네이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 역시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은 종목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코스피지수가 15% 오르는 동안 네이버 주가는 1.8% 오르는 데 그쳤다.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타는 광고 매출 부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가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차세대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며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4일 네이버의 2분기 실적 발표 후 NH투자증권(28만원 → 31만원), DB금융투자(27만6000원 → 29만3000원), 미래에셋증권(28만원 → 29만원), 신한투자증권(20만원 → 22만원) 등이 줄줄이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그 외 운송, 전력 인프라, 우크라이나 재건 업종도 하반기 눈여겨봐야 한다는 추천을 받았다. 증시 주도주까지는 아니라도 주가 상승동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크고,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별 실적 방향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 적정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해두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종목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업종과 종목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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