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 선거개입 의혹' 조현천…"분위기 파악 정도였다"

한국자유총연맹(한자총) 회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개입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첫 공판기일에서 분위기 파악 정도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활동비를 지급한 것에 대해서는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증인들은 말했다.

'계엄령 문건 의혹'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군형법상 정치관여,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사령관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박모 전 기무사 차장과 손모 전 기무사 예비역지원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들은 조 전 사령관으로 김경재 전 국회의원 측 선대본부장을 만나보라는 조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지만 "분위기 파악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박 전 차장은 "추가로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 이후, (선거 개입 등)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고 보고하니 '그럼 일체 하지 마라'는 지시가 있어 중간에 끝냈다"고 밝혔다.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이 맞붙기도 했다. 조 전 사령관이 김 전 의원 지원 방안에 대해 지시했는지 검찰 측이 묻자 박 전 차장은 "큰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외부 활동하면서 청와대나 장관이 말할 경우 있어 이를 대비하는 답변자료를 마련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검찰 측이 이를 "판세 확인 정도"라고 지칭하자 조 전 사령관 측은 "판세를 확인하라는 지시했냐는 질문에 분명 분위기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는데 검사가 '판세를 알아보라'를 전제로 묻고 있다"고 반발했다.

사드 배치 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기무사 예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관한 증언들도 법정서 나왔다. 검찰 측이 "사드 부지 발표 무렵, 활동비를 지급하는 유사한 절차가 이뤄졌는가"고 물어 박 전 차장 측은 "사드 관련해서는 다 결정된 사항"이라며 "국방부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사드 배치 지원 차원에서 이뤄졌다. 아마 예산도 지원 차원에서 집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전 사령관 측이 "국방부에서 사드에 대한 주민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며 관련 명령에 따라야 하나"고 묻자 박 전 차장은 "당연하다. 국방부에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드배치 지지 여론 형성 관련 계획을 수립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한자총 회장 선거 관련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특정 후보 당선에 개입하고 사드 배치 지지 여론 형성을 위해 기무산 예산을 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기무사 요원을 동원해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 집회를 열고 칼럼 등을 작성하게 한 의혹도 있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국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지난 3월29일 5년3개월 만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지난 4월14일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다 6월29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