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부작용 겪는 소아 61%, '허가 외 의약품' 사용

신은진 기자 2023. 8.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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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의료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아청소년에 적합한 의약품도 없어, 아이들이 부작용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약대·가천대 약대·서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 10명 중 9명은 허가 외 의약품(오프라벨)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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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오프라벨 처방으로 소아청소년이 의약품 부작용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아청소년과 의료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아청소년에 적합한 의약품도 없어, 아이들이 부작용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약대·가천대 약대·서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 10명 중 9명은 허가 외 의약품(오프라벨)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약품 부작용을 경험한 아이의 61%는 그 원인이 오프라벨 의약품임을 확인했다고 약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사우디 제약 저널(Saudi pharmaceut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오프라벨(Off lable)이란 규제당국에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의약품의 허가사항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서울대병원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24시간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소아 환자 502명(평균 나이 1.7세)에게 사용된 총 6183개의 처방약을 분석했다. 그 결과 96.0%의 아이가 오프라벨 처방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모든 아이가 오프라벨로 치료를 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소아중환자실 환자는 평균 12개의 약물을 처방받았는데, 이 중 9개가 오프라벨로 처방된 약이었다. 오프라벨 처방은 대부분 용량(67.8%) 측면에서 발생했다. 그다음 나이(50.1%), 적응증(31.5%) 순이었다.

오프라벨 처방은 진료과목에 따라 편차가 있었다. 흉부외과가 3116건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소아외과(1559건), 일반 소아과(1508건) 순이었다. 진료과목마다 많이 사용되는 오프라벨 약물도 달랐다. 흉부외과는 강력한 진통제이자 전신마취제인 '레미펜타닐', 소아외과는 위산 억제제인 '에소메프라졸', 일반소아과는 진정제인 '미다졸람'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의약품을 오프라벨로 사용 후 부작용을 겪은 건 27명(5.4%)이었고, 총 67건의 부작용 보고가 이뤄졌다. 이 중 부작용의 원인이 '오프라벨 사용'과 상관관계가 있는 건 총 47건(61.7%)이었다.

특히 오프라벨 약물 부작용의 중증도는 정식 허가를 받은 약(온라벨)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약물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허가의약품을 사용했을 땐 38.9%였으나 오프라벨 약물을 사용할 땐 69.0%에 달했다. 오프라벨 의약품 사용에 따란 중증 부작용으로는 빌리루빈 상승, 저혈압, 백혈구 감소증, 호중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간 수치 상승 등이 보고됐다.

연구팀은 "치료 과정에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은 필수이나 대부분의 의약품은 소아용으로 허가를 받지 않아 오프라벨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소아 적응증을 받은 약물이 부족해 소아중환자실의 많은 환자가 오프라벨 처방에 노출돼 있고, 약물 부작용은 오프라벨 약물 사용에서 더 심각했음이 확인됐다"며 "적절한 약물 사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아청소년 의약품은 필수의약품으로 분류된 약마저 품절이 잦아 현장에서 처방이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대한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141개 소아청소년 필수의약품이 품절된 상태이며, 일부는 1년 이상 품절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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