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 스커트, 어렵다면 이대로만 따라 해 보세요
몸을 타고 유연히 흐르는 소재 위로 은근히 드러나는 보디 라인, 잠옷과 외출복 사이 그 어딘가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레이스와 시스루 디테일. 케이트 모스, 사라 제시카 파커, 안젤리나 졸리의 계보를 이으며 1990년대 그 시절, 관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슬립 스커트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시즌 구찌의 런웨이에서도 이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죠. 조금만 힘을 줘도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맥없이 찢어질 듯한 시스루 소재는 슬립 스커트의 유약한 매력을 극대화했습니다. 하지만 런웨이 속 모델처럼 속옷과 타이츠를 시원하게 드러낸 채 리얼웨이를 활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법.
그럴 땐 작은 디테일부터 차근차근 도전해 보세요. 먼저 새틴 소재에 레이스 포인트를 더한 슬립 스커트는 가디건부터 티셔츠, 크롭 톱까지, 그 어느 룩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답니다. 매치하는 아이템에 따라 페미닌, 캐주얼, 로맨틱 등 다채로운 무드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죠.
그다음엔 리본 보우를 비롯한 작고 앙증맞은 디테일에도 도전해 보세요. 차츰 용기가 생긴다면 과감한 컷아웃에, 확실한 포인트를 원한다면 시퀀에도 눈을 돌려보는 겁니다. 특히 무릎까지 오는 투박한 부츠는 슬립 스커트 특유의 힘 빠진 듯 나른한 무드를 중화해 줄 아이템으로 제격이죠.
자신감이 붙었다면 다음 스텝은 화려한 패턴과 컬러 플레이입니다. 블랙핑크 리사는 사랑스러운 동물 드로잉이 그려진 캐주얼한 무드의 슬립 스커트를 소화해 냈어요. 여기에 크롭 가디건과 헤어 스크런치, 레몬 컬러의 백과 슈즈로 소녀스러움을 한층 더했습니다.
엘사 호스크는 애니멀 패턴 슬립 스커트, 크롭 니트 톱, 샌들과 함께 자유로운 휴양지 룩을 완성했어요. 여름의 끝에 선 지금, 비비드한 옐로와 레드처럼 선명한 컬러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죠.
만약 이 모든 디테일마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면, 가장 기본적인 컬러와 실루엣으로 회귀해도 늦지 않습니다. 어떤 톱과 슈즈를 매치하는지에 따라 탄생할 수 있는 무드의 가짓수는 무한대에 가까우니까요.
심플한 무채색 로우라이즈 슬립 스커트에는 아일렛처럼 조금은 발칙한 포인트 톱을 더해주세요. 바이커 부츠, 백 리스 톱, 톤온톤 스타일링 등 다채로운 변주도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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