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이어 광주지법 재판부도 "양금덕·이춘식 공탁 허용 안돼"
[김형호 기자]
▲ 광주지방법원 전경 |
ⓒ 안현주 |
전주지방법원에 이어 광주지방법원에서도 피해자 의사에 반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판결금' 공탁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재판부 판단이 나왔다.
행정안전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정부 재단)이 양금덕(92·광주광역시) 할머니와 이춘식(99·〃) 할아버지에 대한 판결금 공탁 수리를 거부한 광주지법 공탁관 처분에 반발해 낸 소송에서도 전주지법과 마찬가지로 정부 재단이 패소한 것이다.
나아가 광주지법 재판부는 정부 재단이 제3자 변제를 통해 판결금을 변제한 이후, 채무자인 가해기업에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전범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밝혔다.
광주지법 재판부 역시 정부 이의신청 기각 사유로 "채권자(피해자)의 명시적은 3자 변제(공탁) 거부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광주지법 민사 44단독 강애란 판사는 16일 정부 재단의 이의신청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 신청인은 정부 재단이다.
양금덕 할머니 사건의 경우 채권자는 양 할머니, 채무자는 미쓰비시중공업이다. 이춘식 할아버지 사건은 채권자는 이 할아버지, 채무자는 일본제철이다.
두 사건 모두 채권자(피해자) 모두가 정부의 제3자 변제금 수용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정부 재단이 채무 소멸을 위해 전범기업 대신 법원에 판결금을 맡기는 공탁을 신청했다가, 공탁관에 의해 수리 거부되자 재판부에 이의신청을 한 사안이다.
강 판사는 두 사건의 이의신청 기각 근거를 민법 제 469조 1항 단서 규정에서 찾았다.
제469조(제삼자의 변제)는 1항에서 "채무의 변제는 제삼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2항에서는 "이해관계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광복절을 하루 앞 둔 14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전일빌딩 245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가 마련한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 및 응원의 자리'에 참석한 양금덕(왼쪽 3번째)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딸(왼쪽 4번째)이 성금 증서를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양금덕, 이춘식 어르신과 고인이 된 박해옥, 정창희 어르신 유족은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수용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 김형호 |
강 판사는 특히 피해자들의 채권이 불법행위(불법 강제동원)에 따른 위자료 채권이라는 점, 가해 기업(전범기업)이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 "가해기업 불법행위(강제동원)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강 판사는 "이 사건 판결금은 미쓰비시중공업 등 가해기업의 불법행위(불법 강제동원)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청구권"이라며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의 보상적 성격뿐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제재적 기능, 금전적인 만족 이외에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인격적 모욕 등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사에 대하여 피해자를 심리적·감정적으로 만족시키는 기능도 있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가해기업이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청인(정부 재단)이 제3자 변제를 통해 이 사건 판결금을 변제한 이후 가해기업에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채권자(피해자)로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채권의 만족을 얻기 어려울 것인바, 채권자의 반대 의사표시가 명백하다면 제3자 변제를 제한하는 것이 손해배상 제도의 취지 및 위자료의 제재적, 만족적 기능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판사는 "이 사건 판결금에 관하여 채권자의 제3자 변제에 관한 반대의사가 명백 하므로, 신청인은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 후단에 의하여 채권자(피해자)에게 이 사건 판결금을 변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 공탁관에 이어 전주지법과 광주지법 재판부가 잇따라 민법 명문 규정을 근거로 제시하며 '피해자 의사에 반한 제3자 변제(공탁) 불가' 판단을 내리면서, 전범기업 대신 정부가 3자 변제 형식으로 채무를 소멸시키겠다는 구상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정부 재단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소위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는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고(故) 정창희·박해옥 어르신 유족 등 모두 4명(피해자 기준)을 상대로 법원에 판결금을 맡기는 공탁 절차를 추진했으나, 수리가 거부되자 법원을 상대로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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