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 굴욕' 클린스만호, 9월 사우디+10월 튀니지와 맞대결…10월 남은 A매치는 베트남?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클린스만호의 9월 유럽 원정경기, 10월 A매치 1차전 상대가 발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다음달 13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선경기를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클린스만호의 9월 유럽 원정 두 번째 경기다. 첫 번째 경기는 지난 5월 발표한 웨일스다. 웨일스전은 한국시간 9월 8일 오전 3시 45분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경기를 치른 후 대표팀은 잉글랜드로 이동해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사우디와 격돌한다.
뉴캐슬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소유한 구단의 홈구장이다보니 영국 내 사우디 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유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현재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4위로 28위 한국에 이어 아시아 5위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회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어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 평가전을 하려고 했으나 멕시코가 텔레비전 중계시간 등을 이유로 변심하면서 결국 아시아팀인 사우디와 유럽에서 경기하는 해프닝을 벌이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에서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 강호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확실한 모의고사가 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와의 A매치 역대전적은 17전 4승7무6패로 열세다. 가장 최근에 치른 경기는 2019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친선경기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축구협회는 국내에서 치러지는 10월 A매치 두 경기 중 1차전(10월 13일)을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와 치른다고 밝혔다.
튀니지는 현재 FIFA 랭킹 31위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승1무1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꺾기도 했다. 탄탄한 피지컬을 앞세워 빠른 공수전환에 능하다. 튀니지는 우리 대표팀과 경기를 치른 후 일본에서 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튀니지와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1무1패 열세에 놓여있다.
10월 A매치 2차전은 월드컵 예선과 내년 아시안컵에 대비해 아시아 팀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뚫을 해법을 찾는 경기가 될 예정이다.
아직 대한축구협회가 상대팀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동남아시아 베트남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일본이 아시안컵 대비보다는 캐나다, 튀니지 등 지난해 월드컵 출전국들을 불러들여 10월 홈 2연전을 치르는 것과 비교해 동남아 등 1~2수 아래의 팀과 굳이 평가전을 해야하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
9월 A매치 참가 선수 명단은 오는 28일 발표된다. K리그 소속 선수들은 9월 4일 인천공항에 소집돼 영국으로 출국하며, 해외파 선수들은 현지에서 합류한다.
클린스만은 다가올 친선 경기를 통해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공식 부임한 클린스만은 현재까지 A매치 4경기를 치르는 동안 2무 2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역대 대표팀 감독 중 부임 후 첫 4경기에서 승리가 없던 외국인 감독은 클린스만이 유일하다.
아나톨리 비쇼베츠(1994~96년), 조 본프레레(2004~05), 딕 아드보카트(2005~06), 핌 베어벡(2006~07), 울리 슈틸리케(2014~17), 파울루 벤투(2018~22) 감독 등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외인 감독 상당수가 부임 뒤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 이전까지 데뷔전에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감독은 단 2명으로, 일본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3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한 움베르투 코엘류(2003~04) 감독과 많은 축구 팬들이 잘 알고 있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 뿐이다.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세워진 게 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전(0-0 무)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거센 비판이 일었다. 엘살바도르는 한국을 상대하기 직전 일본에게 6골을 내주고 패한 팀이었기에 클린스만호의 대승이 예상됐지만 클린스만호는 후반 막판 세트피스로 실점하며 1-1로 비겼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이나 개인 사정으로 빠졌다고는 하나, 전술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임 전부터 제기됐던 '무전술 감독'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웨일스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무승 기록이 5경기로 늘어나 부임 후 역대 최장 기간 무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최근에는 부임 당시 약속했던 국내 상주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클린스만은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상주는 당연하다. 운이 좋았던 건 축구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다. 이번엔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문화를 경험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국내에 머무르며 선수들을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코칭 스태프는 유럽에서 나폴리, 마요르카 경기를 보는 등 현지 경기를 보며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난 한국에 상주한다. 줌(온라인화상통화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장소에서도 회의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한국에 있을 필요가 없다. 선수가 있는 곳에 코치가 있으면 된다. K리그는 나와 차두리 코치가 함께 살펴볼 예정"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분담할지에 대해서도 자신 만의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부임 초기 클린스만은 K리그 여러 경기들을 살펴보며 대표팀 전력을 점검했다. 또한 축구협회가 있는 종로구 축구회관과 멀지 않은 곳에 집을 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다시 여론에 불이 붙었다. 클린스만은 지난 3월 A매치를 마치고 4월 1일 미국으로 떠났다. 곧바로 유럽으로 향해 유럽파 점검을 마치고 26일 귀국했다.
약 열흘간 국내에 머물며 각종 행사에 참여한 클린스만은 5월 7일 아시안컵 조추첨 참석을 이유로 카타르로 향했고, 귀국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재택근무 한 뒤 6월 2일이 되어서야 귀국했다. 6월 A매치가 끝나고는 다시 한 달 동안 휴가를 떠나더니 7월 24일 귀국했고, 일주일 만인 8월 1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생일(7월 30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휴가를 쓴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보다가 유럽으로 건너가 유럽파 점검을 할 예정"이라며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9월 A매치 첫 경기를 치를 영국으로 곧장 가서 대표팀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월과 6월 A매치 때문에 잠깐 와서 대표팀을 지휘 한 것을 빼고는 한국에 거의 머물지 않은 셈이다.
이렇다보니 클린스만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다. 지금까지 클린스만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나라의 대표팀을 맡은 감독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아시안컵 전까지 친선 경기와 월드컵 예선을 포함해 최대 5경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제공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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