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계 3위 인도서 퀀텀점프 노린다…GM 공장 인수 ‘승부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3위 내수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GM의 현지 공장을 인수, 연산 100만 대 체제를 갖추고 퀀텀 점프(비약적 성장)를 노린다. 한편으론 고전을 거듭하던 중국 시장에선 한 발을 빼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16일(현지시간) 현대차 인도법인이 GM이 보유한 GM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199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가 외국 완성차 업체의 생산 설비를 인수한 첫 사례로, 올해 안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두 회사는 양수도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기차 키우겠다” 印정부 정책과 맞아떨어져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차의 탈레가온 공장 인수에 대해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파고들 ‘전략적 카드’라고 풀이한다.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14억2800만 명)에서는 지난해만 476만 대의 신차가 팔렸다. 2017년 대비 18.5% 증가한 것으로 중국(2320만 대), 미국(1420만 대)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세계 3위 규모다.
전기차 부문을 키우겠다는 인도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신차 판매량의 30%(지난해 1.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동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대차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마침 인도 현지에서 현대차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총 55만2511대(시장 점유율 14.5%)를 판매해 현지 업체인 마루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판매 대수를 합치면 총 80만7107대로 사상 최대치였다. 전기차는 1181대를 팔아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州)에 있는 탈레가온 공장은 2020년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2025년부터 연 13만 대의 현지 맞춤형 차종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로 내연기관차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기존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있는 공장에는 전기차 라인을 증설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현대차 측은 이러면 인도 현지 생산 능력이 최대 1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5월 현대차는 타밀나두주와 협약을 맺고 향후 10년간 2000억 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을 전기차 설비로 바꾸고, 배터리팩 조립 공장과 충전 인프라 등을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이달 초에는 정의선 회장이 2019년 취임 후 인도 사업장을 처음 방문해 정·관계 인사를 만나 사업협력 확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당시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언수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역장(부사장)은 “올해는 현대차의 인도 진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탈레가온 공장 본격 가동을 시작으로 인도 자동차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최첨단 제조 허브를 구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선 고전…현대제철 베이징·충칭 법인 매각
한편 현대제철은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날 밝혔다.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에 자동차강판 등을 공급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두 법인의 자산 규모는 총 824억여 원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는 2016년 중국에서 179만여 대를 판매했지만, 점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2019년에는 90만여 대, 지난해는 33만여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여기에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중국 내수 침체 등 악재는 계속 쌓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인도 기존·신규 공장 생산 능력은 최대 13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약점을 극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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