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빚 안 갚고, 담보였던 집을 동생에 팔면 취소? 대법 판단은
부동산을 신탁사에 맡기고 수익자를 다른 사람으로 지정할 경우 해당 부동산은 맡긴 사람(위탁자)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원고 신용보증기금이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한 아파트 담보로 신탁·근저당권 대출한 형제
그런데 8년 후인 2016년 8월 B씨는 A씨에게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팔았고, 신탁회사는 닷새 후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줬다. 아파트를 사들인 동생은 C은행을 권리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2억4000만원을 대출을 받았다. 한편 아직 채무를 다 갚지 못하고 있던 형 B씨는 동생에게 판 아파트 외에는 달리 재산이 없었고,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게 됐다.
빚 못 받은 신탁사, “매매계약 취소” 소송했지만
1·2심은 신용보증기금의 손을 들어줬다. 매매계약의 일부를 취소하고 아파트를 사들인 A씨가 B씨 대신 신용보증기금에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게 골자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부동산이 강제집행이 가능한 B씨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고, 부동산 계약이 사해행위라고도 하기 어렵다고 봤다. 부동산을 신탁하면 소유권과 수익권이 별도의 권리로 쪼개지는데, 신탁계약을 통해 소유권은 독립돼 신탁사인 신용보증기금에, 우선수익권과 수익권은 각각 농협중앙회와 동생 A씨로 넘어갔기 때문에 B씨는 애초에 책임재산이 없었다는 것이다.
“수익자인 타인이 신탁 때부터 재산 독립…사해행위 아냐”
대법원은 “이 사건 (아파트) 매매계약 당시나 피고(A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시점을 전후로 B의 재산상태가 변동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매매계약 체결로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게 됐다고 할 수 없으므로, B가 피고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사해행위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B씨가 신탁계약을 체결하던 당시의 신탁법(2011년 7월 전부개정 이전)을 근거로 들었다. 이 법에 따르면 신탁은 ‘위탁자가 특정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해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인데 이 때문에 신탁재산 자체는 위탁자의 재산에서 분리되고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강제집행 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판결의 의미에 대해 “수익자가 타인으로 지정된 경우엔 신탁계약상 수익권이 그 타인에게 귀속되므로 위탁자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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