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이 6분만에 300억원 옮긴다…한은 자동화금고 가동
‘단 한 번’. 16일 한국은행에 도착한 5억원어치 돈뭉치 하나가 지하 금고로 가는 동안 사람 손을 탄 횟수다. 한은이 사람 손 대신 로봇 팔과 컨베이어벨트로 움직이는 자동화 금고시스템을 8일부터 가동하면서다. 화폐를 지게차에 싣고 여기저기 운반하는 모습은 이제 사라지게 됐다.
서울 중구 한은 본부 1층 화폐 수납장은 한국조폐공사나 금융기관에서 온 화폐가 모이는 곳이다. 한은은 이 화폐를 지하 금고로 옮겨 보관하는데, 1만장의 지폐를 한 판으로 포장한 ‘포대’ 단위로 팔레트(화물을 쌓아놓는 받침대)에 쌓아 운반한다.
이날 열린 자동화 금고시스템 시연회에서 한은 직원들이 오만원권 한 포대(5억원)씩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자, 화폐는 곧이어 검수기 아래 도착했다. 검수기는 포대 무게를 재고, 촬영 장비를 이용해 권종을 확인했다. ‘1차 테스트’를 거친 포대는 로봇 팔이 들어다가 앞에 있던 팔레트에 실었다. 한 팔레트에 60포대, 약 300억원이 쌓이는 데에 든 시간은 약 6분 남짓.
팔레트를 금고로 옮기는 데에도 여전히 사람 손은 필요 없었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금고에 도착한 팔레트는 무인운반장치가 받아 지정된 선반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전산시스템으로 실시간 재고 관리도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검수부터 사람이 직접 했다. 2인 1조가 돼 포대를 맨눈으로 살피고 화폐 다발 개수를 세는 방식이었다. 검수를 마친 포대를 사람이 팔레트에 싣고, 사람이 운전하는 지게차가 금고에서 팔레트를 쌓았다. 자동화 금고시스템에선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포대를 놓는 첫 단계만 직접 하고, 이후엔 중앙제어실에서 자동화 절차를 관리하면 된다.
김근영 한은 발권국장은 “검수 작업 속도만 놓고 보면 자동화 전후 획기적인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작업 인력의 화폐 접근이나 금고출입을 최소화해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등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CCTV를 확충하는 등 보안성도 제고됐다. 다만 시중에 유통됐던 화폐가 금고에 입고된 뒤 다시 통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살피는 ‘정사 과정’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기계가 미처 거르지 못하는 부분을 화폐관리원이 일일이 확인하는 건데, 주머니가 없는 전용 조끼를 입고 작업한다고 한다.
이번 시스템은 금고적재능력도 개선했다. 박완근 한은 발권업무부장은 “무인운반장치가 금고 내 높은 곳까지 화폐를 옮길 수 있게 돼 금고 적재능력이 30%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게차가 팔레트 위에 팔레트를 쌓으면서 생기던 화폐 눌림 현상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박 부장은 “좁은 금고에서 지게차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다칠 염려도 있었는데 각종 안전사고 예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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