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 냄새가 솔솔, 살다가 휘청일 때 쉬어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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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떤 공간이 나오고 그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삶을 피카레스크식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그곳에 하나둘 방문하게 된다.
책이 가득 차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이런 공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까지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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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기자]
▲ <책들의 부엌> 표지 |
ⓒ 팩토리나인 |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떤 공간이 나오고 그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삶을 피카레스크식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계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목과 책표지를 보자마자 독자들은 이 소설의 플롯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 '책들의 부엌', 이 책은 어떨까. 소양리라는 곳에 위치한 북스 키친은 책방이면서 손님들에게 음식도 제공하는 곳이다. 자가가 '북스 키친'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 역시,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겨서 사람들이 모이고,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고 서로 위로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서였다고 한다.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 나가서 마음 속 존재했던 허기를 채워주는 곳, 책들의 부엌. 책에 따르면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그곳에 하나둘 방문하게 된다.
우연히든, 아니면 일부러 찾아서 방문했든지 간에 소양리 북스 키친에 다녀간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 경주도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아닐까. 삶이란 결국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내서 자신에게 최적인 길을 설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121쪽)'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가게 하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저 버티는 삶, 쉬어감이 필요하다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면서 꾸역꾸역 살아가야만 하는 삶은 어떨까. '지구의 어떤 밤을 버티면서만 살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밤의 축제를 껴안고 춤추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123쪽)'라고 언급했듯이 우리에게는,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면서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물론 버팀과 참음과 인내함과 받아들임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내 인생에 과감히 브레이크를 거는 용기도 필요할 것 같다.
'자신이 엄청난 사랑을 받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런 사랑을 받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했다. 깊은 겨울의 시간을 걸어갈 때 언 발을 녹일 수 있는 따스함이, 누군가의 비난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가, 이어지는 실패와 거절의 하루를 꾹 참고 지나 보낼 수 있는 인내가, 평생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흔적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사랑은 완전하니까. 254쪽)'라는 작가의 말을 새삼 떠올린다
▲ 독서(자료사진) |
ⓒ 픽사베이 |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볼 것이다. 마음을 편안히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나무를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오롯이 온몸으로 응시하고 느끼고 싶다고 말이다. '소양리 북스 키친 같은, 이런 비밀스러운 아지트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상상해본다. 책이 가득 차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이런 공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까지 해보게 된다.
살면서 심장소리와 울먹이는 눈동자로 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소양리 북스 키친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언어에 마음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 굳이 표현하려 애쓰지 않고 눈빛과 체온만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다짐하게 만드는 따듯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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