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면허도 없이…"서울대 상위 1%" 내세운 '왕의 DNA' 대표

김지혜 2023. 8. 16. 17: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왕의 DNA' 교육법으로 논란이 된 민간 두뇌연구소 김모 대표의 이력. 사진 온라인 카페 캡처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는 내용의 자료로 논란이 되자 "덕담으로 쓴 것"이라고 해명한 민간 두뇌연구소 대표의 이력이 주목받고 있다.

16일 온라인 카페 등에 게재된 이 연구소 김모 대표의 이력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했고, 2014년 연구소를 설립한 후 서울과 대전에서 매년 수십 명의 장애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등 신경정신과 질병을 '무약물'로 상담 치료한다고 소개했다. 연세대 사회교육개발원 교수, 상지대 인문과학대학 외래교수, 교육 칼럼니스트 등의 이력도 나열됐다.

그는 지적장애 관련 특허권을 두 건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3급 지적장애, 언어장애, 지체장애 유소년의 신경학적 치료법이다. 나머지는 자폐 유소년의 무약물 치료법이다.


"생명과학 전공…사상의학·동양철학에도 심취"


'왕의 DNA' 교육법으로 논란이 된 민간 두뇌연구소 김모 대표의 저서 소개란에 적힌 글. 사진 온라인 캡처

김 대표는 장애아동 교육과 관련한 책도 출판했다.『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2017)와 『세계적 천재들도 너만큼 산만했단다』(공저, 2017) 등이다.

책은 그를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생화학, 생리학, 유전학, 육종학, 통계학 등을 공부했다. 그중에서도 상위 1%로 평가받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 "사회에서는 사상의학, 동양철학, 사진, 합창 등에 심취했고 조정자, 해결사, 지휘자, 후원자, 총무 등의 특기를 발휘했다"고 열거했다.

저자 소개 글은 김 대표에 대해 "자칭 '잡스럽다'고 하는데 숲을 보는 사람의 겸손이다" "그는 멀리, 넓게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생각은 항상 앞서간다"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또 "그가 20~30년 전에 처음 주장하고 시도하던 일들이 지금 이 사회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는 무엇이든 원리를 깨달으면 바로 다른 분야에 응용하여 새로운 원리를 이끌어낸다" "뛰어난 머리 때문일까, 그가 터득하고 정립한 원리도 많다"고 했다.


"의료인도 아닌데…" 교육법 신빙성 논란


김 대표의 '화려한' 이력에도 그의 교육법은 의심을 사고 있다. 김 대표가 의료인 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데도, 아이의 뇌 상태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치료하려 한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무약물'을 내세우며 정식 의료기관과 연계하지 않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제2의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아이의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11월 교육부 공무원이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 이 편지가 김모 대표가 운영하는 민간 두뇌연구소 자료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사진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이 연구소의 교육법은 교육부 공무원이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는 문구가 들어간 편지를 보낸 게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공무원은 해당 편지가 김 대표의 연구소 자료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 14일 온라인 카페에 "단어 하나로 이토록 유명해지다니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며 "'왕의 DNA'라는 표현은 부모에게 주는 미션"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타인에 군림하라는 뜻이 아니라 부모님이 손수 사회에 적응하는 아이로 만들라는 뜻"이라며 "뇌 타입에 따라 양육법이 다른데, 맞는 방법으로 양육하면 성공한 인물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