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했다는 학교폭력 가해자 속내, 이렇게 들통났다
[김상목 기자]
▲ 영화 <지옥만세> 포스터 이미지 |
ⓒ 찬란 |
차세대 독립영화 기대주의 사려 깊은 시선
'지옥만세'라는 도발적 제목의 영화를 보기 전에는 누구나 당연히 대체 영화 수위가 얼마나 강할까 상상하게 될 테다. 여기에 더해 한국독립영화의 표상 중 하나로 손에 꼽힐 법한, (입시지옥과 수저계급론과 온갖 형태의 기괴한 차별과 낙인들로 점철된) '잔인한 청춘' 설정의 끝판 왕을 연상하며 금단의 상상을 해보는 이도 제법 나올 법하다. 이번엔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똥파리>나 <박화영>의 극사실주의 연출 이후 더 이상 주목할 만한 관련 작업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막상 본 영화의 표면적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영화는 학교폭력과 사이비 종교라는 자극적인 사회적 소재를 활용한다. 하지만 둘 다 만만하지 않은 내용인데도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 소재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폭력적인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최대한 절제하려는 태도에 가까워 보인다. 그 결과 강렬한 제목에 비해 영화의 표현수위는 오히려 싱거워 보일 지경이다. 이 대목에서 기대치에 비해 김이 샌다는 이들도 나올지 모르겠다.
대신에 영화는 시종일관 '삑사리' 나는 썰렁한 개그 감각을 선보인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너무나 어설프거나 혹은 우유부단해 보인다. 변두리 답 없는 인생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그렇다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악당들이 대단한 '빌런'이거나, 절대 악에 가까운 포스 넘치는 존재도 아니다. 그래서 자칫 밋밋하게 보일까 염려될 정도다.
이쯤 되면 이 영화에 대해 기대를 접거나 염려할 이들도 등장할 차례다. 하지만 <지옥만세>의 진면목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옴니버스 독립 장편영화 <한낮의 피크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두 주인공의 답 없는 대립 속에서도 서서히 이해와 소통의 기운을 끌어올리던 것처럼, 임오정 감독은 극단적 인물과 상황을 전시하는 쉬운 길 대신 섬세하게 직조된 이야기와 인물의 힘으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일종의 '우화'적 형태로 구현하는데 일정한 성취를 이룬다. 그런 작업의 결실을 관객이 확인할 때가 도래했다.
▲ 영화 <지옥만세> 스틸 이미지 |
ⓒ 찬란 |
'쏭남' 송나미와 '황구라' 선우는 함께 자살을 하기 위해 동네의 폐쇄된 유원지 지하를 찾는다. 둘은 학교폭력의 희생자로 마침 고등학교 수학여행 기간에 자살을 하기로 계획한다. 쏭남이 먼저 목을 매고 황구라가 뒤를 따르기로 한다. 죽을 궁리 이것저것 고민한 끝에 마침내 실행 직전인 쏭남이 자신을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원쑤! 박채린을 저주하자 황구라는 채린이 서울에 이사 간 뒤 잘 살고 있단 소식을 전한다. 드디어 죽을 때 되었다 생각했던 쏭남은 계획을 변경해 서울로 가 박채린을 찾아내서 원수의 인생에 '기스'라도 하나 내길 결의한다.
둘은 함께 각자의 집에서 돈을 훔쳐 서울로 향한다. SNS에서 황구라가 찾아낸 박채린의 자취를 찾아 둘은 마침내 목표했던 장소를 찾아낸다. 하지만 계획이 있다며 호언장담하던 쏭남은 고작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정도의 복수방도만 갖고 있었고, 박채린은 둘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자신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선 그 과거를 다 알고 있고, 본인 또한 과거 잘못을 뉘우치며 사과할 뜻을 밝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전개라 둘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대안학교 비슷한 공동체를 책임지는 청년 명호까지 둘을 환영하는 바람에 졸지에 그들은 낯선 이곳에 손님처럼 머물게 된다.
분명 되어먹지 않은 수작이라 여기며 틈을 노려 박채린을 응징하려 둘은 다짐하지만 좀처럼 허점은 보이지 않고 완벽하게 과거의 일진 행각을 반성하며 회개하는 채린의 변한 모습에 혼란에 빠져들기에 이른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말 박채린은 개과천선한 걸까. 황구라는 의심을 좀체 거두지 않지만 쏭남은 자신을 친절히 대하는 명호를 포함해서 이 공동체 사람들이 보여주는 관심과 배려에 반신반의하면서 끌려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쏭남과 달리 무저갱의 지옥을 체험해온 황구라는 문득 박채린과 그가 속한 공동체의 이면을 엿보게 된다.
쏭남은 망설이지만 황구라는 박채린의 진실에 대해 접근한다. 하지만 채린이 속한 공동체에 잠재해 있던 긴장이 폭발하면서 채린은 물론 둘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둘은 자신들의 신변은 물론 박채린까지 챙겨야 할 지경에 놓인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된 걸까?
▲ 영화 <지옥만세> 스틸 이미지 |
ⓒ 찬란 |
<지옥만세>는 강렬한 제목에 잔뜩 기대했다가 예상과는 꽤나 다른 스타일 때문에 당혹스러움을 겪은 후에야 해당 지점을 분기점 삼아 비로소 발견되는 영화다.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 치고는 꽉 찬 분량의) 거의 두 시간에 근접한 러닝타임은 크게 세 조각으로 구분되는 형태를 갖춘다. 그중 1막은 나미와 선우가 슬랩스틱 코미디와 블랙 유머의 조합에 가까운 곡절을 선보인다. 형식은 로드무비처럼 채린을 찾아 낯선 서울 도심과 한강 천변을 누비는 과정을 묘사한다.
2막은 둘이 그토록 응징하고 싶던 존재인 채린이 너무나 변해버린 상황에 접해 당황하는 가운데 변화무쌍하게 이어진다. 채린의 변화를 설명하는 필수요소라 할 종교 공동체 속에서 대책 없이 머무는 둘의 상황이 코믹해 보이지만 행간의 전개를 자세히 보면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스릴러 형식을 충실히 따른다. 마침내 모든 비밀이 풀리고 갈등이 폭발하는 3막은 탈출 액션물과 호러 영화의 얼개를 조금씩 담아내 급작스레 터진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들의 목숨을 건 모험을 그려낸다. 죽을 고생을 함께 겪으며 주인공들이 상호이해에 도달하는 결말로 관객을 이끈다.
이 영화에는 크게 3부류의 인물유형이 등장한다. 모두가 각자의 '지옥'을 겪고 있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과 현실인식에 따라 그들의 행태는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 영화 <지옥만세> 스틸 이미지 |
ⓒ 찬란 |
첫 번째 유형이자 가장 평범한 존재, 그래서 주인공에 가장 어울리는 이는 '쏭남-나미'다. 그는 학교폭력 피해자에 가깝지만 가해자의 말석에 자신이 내켜서 가담한 건 아니더라도 한때 포함되었던 존재다. '여왕벌' 채린을 정점으로 하는 학교폭력 가해자 일진그룹의 최하층을 담당하던 나미는 이후 채린의 주도하에 무리에서 배제 당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고등학생이 된 후에도 여전히 '작은 사회'인 동네에서 왕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미는 자기 인생을 채린이 망쳐놓았다는 복수심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채린은 소문만 남긴 채 훌쩍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나미의 신세는 변할 게 없다. 출구 없는 분노로 자신을 망쳐가며 주변을 살피지 못한 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 늘 끊임없이 망설이고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다. 죽겠다고 큰 소리를 치지만 (영화 속에서 개그 포인트이긴 하지만 듣고 있으면 상황이 끔찍하게 들리는) 솔직히 죽기는 두렵다. 그렇다고 인생역전을 위해 노력하기도 견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선우에겐 큰 소리를 뻥뻥 치지만 정작 행동력은 없다. 적극적으로 나대지만 답은 가진 게 없기에 늘 흐릿하고 망설이기만 한다. 하지만 계기가 발생한다면 그 평범함 때문에 선과 악, 어디로든 가담할 수 있는 캐릭터다. 바로 현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유형, 우리 자신이 속하기 쉬운 부류에 속한다.
# 이성의 비관과 의지의 낙관으로 본질을 보는 존재
두 번째 유형은 나미가 아무리 자신이 지옥을 산다고 주장해봐야 더 아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캐릭터 역할의 선우다. 진정한 무저갱에 빠진 채 헤어 나올 일체의 여지도 없는 사례다. 주위에서 호구 취급받는 건 나미나 선우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뵈지만 둘의 상황은 분석해 보면 궤를 달리 한다.
가해자의 말단에서 피해자로 추락한 나미가 그 '전락'에 대해 울분을 터트리며 자신의 신분하락 원흉이라 할 채린에게 적개심을 불태우는 데 반해, 선우는 그야말로 처음부터 '무간도' 수렁에 빠진 존재로 묘사된다. 부모의 경제적인 형편이 나미에 비해 좀 나을 뿐이다. 선우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부모를 포함해 가족 내에서도 늘 뒷전이라는 게 가출 과정에서 확인된다. 그리고 적어도 영화상으로는 단순한 멸시와 하대에 그치는 나미의 상황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일상적인 갈취와 폭력에 노출된 상태다.
선우는 그래서 일상에선 체념 형으로 보인다. 가출 과정에서도 큰 소리를 치며 상황을 주도하려는 나미에게 질질 끌리는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선우는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분노와 타인을 향한 불신을 무표정 속에 숨긴 존재다. 나미가 자기 인생 망했다며 주절거리는 걸 들으며 선우는 과연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 영화 종장에 가까울수록 관객은 궁금해질 테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모범사례 같은 존재인 선우가 오히려 막상 판을 깔아주면 덜덜 떠는 나미에 비해 실행력도 확보된 상태임은 분명하다. 더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냉소할지언정 선우는 아주 작은 구원의 실마리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자신처럼 노력과 선의를 끊임없이 배반당하는 '해진'에게 작은 호의와 관심을 베푼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신은 물론 다른 친구도 구원하게 된다.
# 거짓 메시아를 기다리며 현실에서 도피하는 평범한 군상들
여기에 세 번째이자 이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 군이 있다. 현실의 고단함과 어려움을 오직 종교에 귀의해 기복신앙으로 풀어가려는 소수 집단이다. 채린과 명호가 그들의 대표 격이지만 해진을 비롯해 아이들을 공동체에서 집단 생활시키는 부모들 역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들은 모두 현세에서 겪고 있는 불행에 고통을 당하지만 해결책을 잘못 잡은 존재들이다. 자신들의 불운을 쓰리지만 자기객관화하기보다는 극단적 사고와 맹목적 믿음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갈망하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은 욕망은 평가점수에 따라 외국 어딘가에 있다는 '낙원'의 티켓을 수여받는 것에서 정점에 닿는다.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충분히 의심하고 검증해야 할 빤한 사이비 교단의 작전에도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기최면을 걸 듯 동조한다.
채린은 여왕벌로 잘나가던 중학생 시절에서 가세가 기울면서 도망치듯 서울로 사라졌었다. 아마 채린이 고향에 계속 머물렀다면 어쩌면 나미의 옆 자리에 채린이 몰락한 채로 서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채린은 그걸 견딜 수 없다. 이미 어린 나이에 권력으로 군림하는 쾌감을 누려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겉으론 회개하고 성실하게 공동체 생활에 임하는 듯 보이지만 선우의 관찰 결과처럼 '여왕벌'의 본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모종의 동맹관계인 명호 역시 채린과 흡사한 '추락'을 경험한 뒤 공동체 내에서 재기를 꿈꾼다. 이들 모두 지독하게 '세속적'이다. 그러나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사상누각은 늘 위태롭고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겉보기엔 화목하고 차가운 바깥세상 대신에 인정과 배려 넘치듯 묘사되던 교단 공동체의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몽땅 탕진해 가면서 교단에 헌신해온 이들의 꿈이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게 후반부 긴장과 폭발의 핵심을 이룬다.
▲ 영화 <지옥만세> 스틸 이미지 |
ⓒ 찬란 |
영화는 악연으로 거미줄처럼 칭칭 묶인 3명의 여학생이 확연히 드러내는 (복잡한 교차방정식 경우의 수처럼) 심리적 차이를 면밀하게 끄집어낸다. 기계적으로 설정하는 게 아니라 핀셋처럼 조심스럽게 다뤄가며 섬세하게 직조한 솜씨 덕분에 각각의 캐릭터가 철저하게 대비되며 각자의 봉우리로 곧추선다. 선우는 '무저갱'의 바닥까지 떨어져본 존재다. 어느 한 순간도, 틈도 자신에게 안식처가 되어준 적이 없다. 학교는 그에게 지옥 그 자체이지만 집에서도 모종의 사유로 존재감이 공기에 가깝다. 그래서 무덤덤한 척, 생각하지 않는 척 행동하지만 가장 근본을 꿰뚫는 건 항상 선우다.
그의 현미경 렌즈 같은 시선 앞에는 나미와 채린이 있다. 채린은 '여왕벌'이다. 비록 환경이 변했더라도 그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이 다시 쌓아올린 놓칠 수 없는 입지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둘의 방문에도 재빨리 그것으로 얻게 될 이익을 계산하고 해석한다. 나미는 자신의 모호한 신분과 욕망 때문에 그런 채린의 본성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애써 회피하려 무의식중에 태도를 취하지만 선우는 투시하듯 본질을 직시한다. 그 경로에서 선우는 마치 자신의 거울을 보는 듯 이곳에서 채린의 여왕벌 행세와 자신들의 예기치 못한 등장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공동체의 아웃사이더 해진과 교감한다. 가장 끔찍한 현세의 지옥에 홀로 내동댕이쳐 있지만 '고통 받는 이들의 연대'를 가장 먼저 미미하게나마 시도하는 건 선우의 몫이다. 그런 각자의 의식과 태도가 복잡하게 횡단하면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손쉽고 잘 먹히는) 극단적 폭력의 전시 대신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영화는 단순화된 가해자-피해자 구도 대신에 손이 많이 가지만 정교하게 구축된 복잡다단한 세계관을 적절히 활용하기에 이른다. 한국독립영화가 해외에선 일견 스테레오 타입처럼 비춰지는 단점이 그 철저한 준비태세 덕분에 무력화되는 건 덤이다. 특히 청년세대 창작자 층에서 관측되는 한계지점, 풍부하고 다양한 인생경험을 갖추지 못한 가운데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표출되는 한국사회의 (안 좋은 쪽으로) '다이내믹'한 극단적 양상을 증폭하는 특성과 정반대의 방법론을 취한다. 마치 '불행 포르노'를 방불케 한다는 일각의 우려 대신에 평양냉면 마냥 처음엔 심심하게 다가오는 맛이지만 영화 속 세계의 속도감에 적응하는 순간부터는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이야기의 몰입감이 상당하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배경 아래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주연에 해당되는 등장인물을 연기할 배우들의 몫이 크다. 감독은 '임무형 지휘체계'를 도입하듯 캐릭터의 개성을 주지시킨 다음에는 배우들을 풀어놓았을 테다. 그리고 각자 임무를 해석해 또래들이 실제로 부대끼듯 맡은 역할을 소화한 배우들의 노고는 언급해야 마땅할 테다. 단편 독립영화를 챙겨보는 이들에게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주목되는 존재가 된 '나미' 역 오우리 배우는 마침내 장편 주연을 소화하면서 브레이크 타임으로 도약했음을 만천하에 알린다. 정석적인 미인상이나 아이돌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사연 가득 담은 듯 눈빛과 분위기가 매력적인 배우다.
학교폭력 구조에서 반드시 어디에나 존재할 '여왕벌' 캐릭터이지만 추락을 경험하고 재기하고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채린' 역 정이주 배우는 영화가 처음이지만 안정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대사보다는 표정과 분위기로 자신의 배역을 구축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대중적 인지도가 확 오른 박성훈 배우는 (<지옥만세>가 <더 글로리> 전에 제작되었다)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력을 뽐낸다. 그래서 배우의 얼굴을 세상에 각인시킨 드라마와 '교회 오빠'의 전형적인 이미지 사이를 교차하는 매력이 만만치 않다.
물론 여기에서 '발견'의 끝판왕이라 할 캐릭터는 '선우' 역의 방효린 배우다. 처음엔 그저 부속품처럼 밋밋해 보이지만 영화의 핵심 축이자 그의 고통을 나미가 비로소 발견하는 과정이 <지옥만세>의 제목과 직통하는 존재감을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분출한다. 처음엔 나미의 적극적인 혼돈에 눈길이 가지만 중반 이후엔 선우의 강인함과 갈망에 관객들의 감정이 자연스레 이입되리라 단언한다.
<작품정보> |
지옥만세 Hail to Hell 2022|한국|싸이키델릭 트위스티드 홀리 어드벤처 2023.08.16. 개봉|109분|12세 관람가 각본/감독 임오정 출연 오우리('쏭남'-송나미 역), 방효린('황구라'-황선우 역), 정이주(박채린 역), 박성훈(한명호 역), 이선희(미숙 역), 이주원(연복 역), 이은솔(해진 역)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배급 찬란 2022 27회 부산국제영화제 CGK촬영상(정그림) 2022 48회 서울독립영화제 넥스트링크상 2023 11회 무주산골영화제 아빈 크리에이티브상(오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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