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사면’에 공천 고민 커진 與…尹 의중 놓고도 해석 분분

김효성 2023. 8. 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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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검찰 수사관 재직 당시인 2019년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놓고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포함돼 출마 자격을 갖추면서 누구를 공천할지를 놓고 당내 의견이 갈리고 있어서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6일 B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한 것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차원”이라며 “‘강서구청장 자리를 다시 찾아오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을에서 3선을 한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당 중앙위원회 의장)도 S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뜻은 ‘김 전 구청장을 사면했으니 무조건 보궐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지도부도 용산 대통령실의 여러 채널을 통해서 대통령 의중을 알아본 뒤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김 전 구청장을 재공천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파격적인 사면을 단행한 윤 대통령 의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도 “김 전 구청장을 다시 공천하는 데 회의적인 지도부에 대해 용산 일각에서는 ‘왜 이렇게 당이 투지가 없느냐’는 시각이 있다”며 “무사안일만 추구하는 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크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여권은 윤 대통령 의중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이 충돌하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당초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서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김태우 전 구청장이 직을 잃으면서 이번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이 공천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만에 하나 김 전 구청장이 사면·복권되더라도 “책임이 있는 김 전 구청장을 재공천하면 민심 이반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실제 김 전 구청장의 족쇄가 풀리고, 김 전 구청장이 사면 직후 입장문을 통해 “강서구로 돌아가겠다”며 출마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사면을 해주면 ‘선거에 출마시키라’는 평소의 정치적 해석”이라며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용산의 구체적인 메시지 없이 김 전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생각이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강서구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 전 구청장이 당선된 건 더불어민주당이 후보 공천 과정에서 서로 반목하면서 지지세가 분열된 이유가 컸다는 게 여권의 자체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을 공천했다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도부가 흔들릴 것”이라며 “만에 하나 이기더라도 얻을 것은 크지 않는 ‘계륵’ 같은 선거라고 지도부는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계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보궐선거에 책임이 있는 김 전 구청장을 재공천하면 (여론 비판을 받아) 지도부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새 방통위에 바란다 파괴적 혁신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 구축 방안'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여권 일각에선 일단 야당 후보군이 정리되는 8월 말까지 기다리면서 윤 대통령 의중을 제대로 파악한 뒤 재공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김 전 구청장은 최근 지도부 일부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만약 당이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도부는 일단 김 전 구청장의 출마를 만류한다는 방침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적당한 시기에 지도부 인사가 김 전 구청장에게 불출마를 설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김 전 구청장이 지도부 방침을 수용한 뒤 내년 총선 출마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인사는 “김 전 구청장도 승리 가능성이 작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정치적 내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속으로는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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