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여고생, 아르바이트 하다 화상... "누구도 책임 안져"
[윤성효 기자]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6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르바이트 학생 화상 사고"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
ⓒ 윤성효 |
"동생은 100% 피해자다. 누구한테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도 많이 힘들어 하고 계신다. 업체에서 이 일을 키우기 전에 사과하고 제대로 된 치료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16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조형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태형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한 남성이 이같이 호소했다. 이 남성은 고등학교 2학년인 여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화상사고를 입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물리치료사가 꿈인 18살 여고생은 지난 6월 13일부터 창원마산 소재 한 대형매장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평일과 주말에 근무하던 여고생은 지난 7월 25일 오후 5시 50분경 산재사고를 당했다.
당시 아이스크림 재료가 소진돼 주방으로 가는 도중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통로에 놓여 있던 기름통과 부딪혔고 쏟아져 나온 기름에 손과 팔, 옆구리에 화상을 입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싱크대에서 찬물로 화상 부위를 씻었고, 이 과정에서 쇼크로 기절까지 했다. 사고 발생 15분이 지난 뒤에야 건너편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 학생은 '심재성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2주 정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는 산업재해 승인을 한 상태다.
이번 산재사고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폐기름통 위치 부적절", "미끄러운 바닥에 대한 적절한 조치 미흡", "작업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사고 발생 이후 응급체계의 부적절"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해당 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위반 등을 주장하며 창원고용노동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학교·교육청, 알바 중 재해 지원 체계 있나"
학교·교육청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학교는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재해 등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일상적으로 교육과 안내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재해자는 학교로부터 이러한 교육과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해는 지난 7월 25일에 발생했지만 학교에 알린 건 8월 7일이었고, 다음 날 교육청에서 사고 확인 전화를 재해자한테 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상황 파악이 늦어진 것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는 학교와 교육청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이 재해를 당했을 때 지원 체계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번 사고는 프랜차이즈 업체와 학교, 교육청의 학생 안전보건 지원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사고와 피해가 커진 것"이라며 "고등학생인 재해자는 화상 사고로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치료비 걱정 등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지원하는 체계가 없어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
화상을 입은 학생의 가족과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은 미성년자인 재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치료비 등 보상을 할 것", "고용노동부는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의 전국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프로그램을 점검할 것",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 아르아비트 실태를 파악하고 사고 발생에 대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재해자의 오빠는 "동생은 화상병원 1인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가맹점주는 1인실이 비급여라 3일치만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가맹점이 입주해 있는 대형매장이나 프랜차이즈업체 측에 연락을 해도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성장 중인 학생에게 발생한 사고에 유감이고, 위로를 전한다. 필요하면 법률적 부분을 민변에서 지원하도록 하겠다"라며 "변호사가 나서기 이전에 응당 사회의 어른으로서 책임을 질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진심어린 사과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가맹점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가족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처음에 부모를 만나서 사과를 했고 오빠가 매장에 왔을 때도 사과를 했다"며 "산재 처리 요청을 해서 해드렸고 산재 승인이 났다. 산재 환자의 병원 1인실은 비급여이지만 3일치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후유장애에 대해 100% 책임을 지라고 하는데 그것은 어렵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매년 학생안전교육을 하고 있으며, 그 속에 직업안전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연간 3시간의 직업안전교육 의무 실시를 하고 있다"며 "이번 산재사고와 관련해 학생은 사전에 학교에 아르바이트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7일 오빠와 전화통화를 해서 학생 상황을 파악하며 학습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교육청은 또 "지난 8일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 상태를 파악했다. 확인 결과 해당 학교에서는 아르바이트 학생 현황 조사와 '청소년 아르바이트' 유의사항 교육을 지난 5월 12일에 했다"며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아르바이트 안전교육이 더 강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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