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한달새 76원 떨어졌다…美신용등급, 中부동산에 타격
원화 가치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강 달러’를 부추긴 가운데 중국의 경기 둔화·부동산 부실 우려까지 불거진 탓이다. 대외 변수에 원화가 크게 출렁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6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336.9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8일 종가 기준 1260.4원까지 올랐던 원화값이 한 달도 채 안 돼 76.5원 내려갔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5월 17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1340원 선을 기록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원화값이 달러당 1340원을 밑돈 건 올해 연중 최저치인 지난 5월 2일(1342.1원)이 마지막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불어온 외풍에 원화가 버티지 못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국가 신용 등급을 ‘AAA’에서 ‘AA+’ 전격 인하한 게 달러 강세로 직결됐다. 금융 시장의 변수가 생기며 안전 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이 강화된 것이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 것도 강 달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경기에 경고등이 켜진 것도 달러 대비 원화값을 떨군 요인이 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부진 및 부동산 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되는데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외환거래 규제가 많은 위안화 대신 원화를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진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속에 경제 봉쇄 완화에도 부진한 중국 지표 및 더 커진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원화값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 여파로 대다수 국가의 통화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긴 한다. 하지만 원화의 하락 폭이 더 가파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값은 한달 전 같은 날과 비교해 4.4%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1.6%), 유로화(-1.2%)는 물론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 엔(-2.3%), 중국 위안(-1.9%)보다 낙폭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 돌발 변수가 생길 때마다 유독 원화 값이 출렁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출 부진 등 한국 경제의 약화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투영된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원인도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할 때는 원화도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라며 “수출 부진 여파로 경상수지가 악화하며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원화값은 향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맞물려 회복 속도가 더뎌진 영향으로 원화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원화값 하락과 관련해 “한쪽으로 불안 심리가 과도해서 쏠림 현상이 있을 때 적절한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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