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바짝 조여도…"日 나홀로 통화완화, 계속 간다" 이유 셋
최근 달러당 엔화값이 145엔 선을 뚫으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의 엔저 흐름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ㆍ일 금리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부터 미국 등 주요국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일본은 마이너스 단기 정책금리(-0.1%)와 함께 0.6% 수준의 장기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환율 변동성도 커지고 있지만 일본은 3가지 이유로 상당 기간 ‘나홀로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은 우선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인 물가 안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4.2%로 4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올해 6월에는 3.3%로 오름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또한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전망은 내년 1.9%, 2025년 1.6%로 물가 목표(2%)를 여전히 밑돈다. 일본에선 인플레이션보다 물가상승률이 2%에 못 미치면서 뒤따르는 경기침체를 더 우려한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금리를 올리면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 부채는 1026조엔 이상이다. 국채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데만 연간 25조엔을 쓴다.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2025년부터 연간 국채 이자 비용이 3조6000억엔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 부채의 절반 이상을 일본은행이 짊어지고 있어 금리가 오를 경우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행은 그간 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를 마구 사들여왔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채를 사서 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금리를 떨어뜨린 것이다. 일본은행의 국채보유 비중은 대규모 금융완화 직전인 2013년 1분기 11.5%(125조엔)에서 올해 3월말 53.5%(583조엔)로 확대됐다.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경제학) 교수는 “2013년부터 거의 0% 이자를 약정하고 발행한 10년물 국채 만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온다”며 “올해만 국채를 최소 40조엔 규모로는 발행해야 할 텐데 장기금리 상한선을 1%로 올렸으니 앞으로 이자 부담이 계속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불안한 성장세다. 일본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깜짝’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본의 2분기 개인 소비는 전분기 대비 0.5% 줄었다.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NHK가 지난 7월 7~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1218명 중 경기회복을 체감하고 있다는 답변은 57%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했다간 되살아나는 경제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일본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은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기조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며 “시장에선 일본은행의 본격적인 정책기조 전환은 대체로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기업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향후 물가의 변수로 꼽힌다. 기업물가지수라고도 불리는 생산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0.6%로 최고치를 찍은 후 지난 6월 4.1%까지 하락했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뒤늦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 3월 닛세이기초연구소 조사 결과 ‘기업의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지만 상품의 양과 질을 바꾸지 않길 원한다’는 응답이 58.8%였을 정도로 여론도 가격 인상에 우호적인 편이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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