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근 누락' LH 진주 본사 압수수색...공정위 "불공정 하도급 조사"
경찰이 아파트 단지 '철근 누락'과 관련해 수사의뢰 12일 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발주 아파트단지 15곳을 지역별로 나눠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전국의 다른 아파트도 강제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계업체 2명 입건…증거 토대로 수사 대상 가린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6일 LH 진주 본사와 LH 광주전남본부, 설계업체, 구조 안전진단 용역업체 등 4곳에 수사관 16명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동안 LH 본사 건설안전기술본부 건설안전관리처, 공공주택사업본부 주택구조견적단 사무실 등에서 서류 등을 압수했다.
광주경찰은 설계업체 관계자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 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구체적인 수사 대상을 가릴 계획이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광주 배당 사건 수사 진행 속도가 빨라 압수 수색을 먼저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15개 아파트 수사 의뢰 LH “내부에선 혁신 어려워”
LH는 지난 4일 경찰청에 무량판(無梁板) 구조 부실시공이 확인된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 설계·시공·감리 업체와 관련 업무를 담당한 LH 내부 직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15곳 중 광주 선운2지구 1곳을 배당받은 광주경찰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압수 수색에 나섰다. 이한준 LH 사장은 “내부 자력만으로 혁신 어렵다 판단에 이르러 경찰에 수사 의뢰, 공정위·감사원에는 조사 요구했다”고 밝혔다.
신축 공사장 지붕 무너져…‘철근 누락’ 원인
철근누락 사태는 지난 4월 LH가 시공한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전단보강근(철근)이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계에서 시공·감리까지 LH 전관들이 포진한 업체가 용역 계약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이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 아파트 단지 중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15곳 시공을 담당한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LH가 직접 감리하지 않은 공공 아파트 10곳의 감리 용역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낙찰 예정자 지정, 투찰가 결정 등 입찰 담합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다. LH는 문제가 된 공공 아파트 15곳 중 5곳만 직접 감리했고, 나머지 10곳은 감리 용역 사업자를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공정위로부터 직권조사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보고받았다. TF 위원장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불공정 하도급은 대금을 미지급 또는 지연 지급하거나 부당한 특약을 맺어 모든 비용을 수급 사업자에게 전가한다"며 "이런 것으로 인해 철근 누락이나 무리한 공기 단축 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관 업체, LH 전체 용역의 절반 이상 계약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과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을 분석한 결과,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전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된 것은 설계 잘못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에서는 ‘전관’ 폐단으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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