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권도 선수단, 압록강대교 건넜다…국경봉쇄 3년여 만에 처음
16일 북한 신의주와 중국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을 잇는 압록강철교(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에서 버스 행렬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압록강철교를 통해 대규모 인력이 중국으로 건너간 건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지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두 대의 버스가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에서 신의주로 이동했고 약 한 시간 정도 머문 뒤 오전 11시 20분경 압록강철교를 건너 단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현지 소식통은 "해당 버스는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할 선수단을 태운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은 이날 열차로 베이징에 있는 주중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해 머물다가 대회가 열리는 카자흐스탄 현지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100여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실제 북한이 과거에도 ITF를 통해 동구권 국가들과 태권도를 매개로 인적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이번 태권도 선수단 파견과 맞물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발이 묶여 있었던 북한 유학생 300~400명을 단체로 귀국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태권도 선수단이 이동한 게 맞다면 정부 주도의 제한적 인적 교류라는 점에서 단발성 이벤트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하며 일상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방역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 불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았던 북한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인적교류 정상화로 가는 '예행연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중국 단둥을 오가는 화물열차의 운행을 재개했고, 지난해 말에는 러시아와의 열차를 통한 교류도 다시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북·중 간 주요 육상 교역로 중 하나인 북한 나선특별시와 지린성 훈춘(琿春)시를 잇는 취안허(圈河) 세관에서 2년 여 만에 트럭 통행을 재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이처럼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걸었던 빗장을 하나씩 푸는 건 본격적인 인적 교류를 조만간 재개하려는 징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일부 종목에 대표선수를 등록하는 등 출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다음 달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석할지 여부가 국경 개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국경 봉쇄가 4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북한 경제의 내구성은 더욱 약해진 상황"이라며 "북한이 자체역량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정치적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경개방에 나설 타이밍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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