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구조조정, 기관 통·폐합 검토”…당정, ‘R&D 카르텔’ 칼질
국민의힘과 정부가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통·폐합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30조원에 이르는 국가 R&D 예산 대수술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실무 당정협의 뒤 취재진과 만나 “우리 과학기술 발전에 독소적 요소인 총체적 R&D 예산 비효율과 카르텔을 제대로 혁파할 것”이라며 “특정 집단의 기득권적인 사업, 경쟁력 없는 단순 보조 형식의 지원 사업,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 예산 뿌려주기식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의 과정에서 유사 기능을 가진 국가 연구기관 간의 통·폐합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달 중 ‘R&D 비효율 혁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과 ‘2024년도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R&D 카르텔 혁파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R&D 예산의 대대적인 재검토와 방향 수정을 지시했다.
박성중 의원실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R&D 정책자금을 15회 이상 중복 지원받은 기업은 106곳에 달했다. 또 중개 브로커가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연구계획서를 대리 작성해주거나, 관련 협회·단체 등이 기획한 과제를 동일 기관에서 수행한 사례도 상당수 확인됐다고 한다.
박 의원은 “특정 부처 사업은 큰 전략성 없이 290개 과제로 쪼개서 전부 뿌려지는 사례도 있었고, 일개 중소기업이 11개 과제를 가져가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런 문제점에 대해 대대적이고 면밀한 점검을 통해 여러 가지 집행규정 위반이 있는지, 업무상 배임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지난 정부 때 단기 현안성 R&D 사업 예산이 급증한 부분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예산이 2.7배, 감염병 예산이 3배 늘었고, 사업 프로그램 단위도 700개에서 1500개로 굉장히 많이 늘었지만 새로운 연구 실적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은 예산을 유지하고 증액시켜야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다.
박 의원은 내년도 R&D 예산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출연 연구기관 예산의 20~30% 삭감은 사실이 아니다”며 “대통령도 R&D 예산을 굉장히 챙기고 있어서 삭감은 최소화되도록 하고, 필요한 부분은 증액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차원에서 실무 당정협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칸막이와 기득권에 안주하는 연구, 나 홀로 연구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연구, 대한민국의 울타리를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공동 연구로 우리 R&D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정의 칼질 예고에 과학기술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최근 “국가 R&D 망치는 대통령의 독단, 위법하고 졸속적인 연구비 구조조정 철회하라”며 “윤석열 정부의 국가 R&D 흔들기는 궁긍적으로 연구자들의 자긍심을 손상시키고 공공·공익 연구 분야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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