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천국 스위스에서 제가 배운 것은요..."
[최미향 기자]
▲ ‘14박 16일 스위스 자전거 캠핑’을 다녀온 편무용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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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목수인 55세 편무용씨. 그의 출근은 네 바퀴로 달리는 차량 대신 자전거로 시작된다. 한적한 서산 인지면에 살면서 실록의 계절을 마음껏 누리며 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지구에게 덜 미안해진다고 했다. 대기오염의 70%가량을 자동차 매연이 차지한다니 그도 그럴 만하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기체방출로 기후변화가 급변하면서 지난달만 해도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와 농경지 및 가축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편무용씨를 보며 '우리 지방에서도 고유가시대,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자전거 교통문화 활성화 방안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래는 얼마 전 폭염을 피해 스위스 알프스산맥으로 14박 16일 나홀로 자전거캠핑을 다녀온 편무용씨의 이야기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이뤄졌다.
- 자전거 타신 지는 2년이 좀 넘었다고 했다. 자전거만 가지고 스위스 여행을 가기에는 불안하지 않았나?
"자전거로 따지면 이제 겨우 시작 수준이다. 하지만 산을 좋아해서 국내외로 자주 다녔기 때문에 별로 불안하지는 않았다. 날씨도 습한데 이참에 '좋아하는 산, 자연풍광, 여행, 캠핑, 자전거, 이것들을 절묘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뭘까' 생각했다. 그게 바로 스위스 알프스산맥 자전거 캠핑이었고 도망치듯 떠났던 여행이었다.
자전거 탄 지는 2년째다. 중학교 때 13km 비포장길을 자전거로 등·하교했다가 딱 하루 만에 포기했던 적이 전부다. 그런데 낯선 곳에서 14박 16일 나홀로 자전거 여행이라니 처음에는 놀라실 수 있겠다.
하지만 걱정말라. 스위스는 기차나 버스에도 편하게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해놨으며, 구간별 티켓이나 종일권 등 여행자를 위한 자전거 대여 프로그램도 다양하니 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 특히 스위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잘 설계된 자전거와 자전거 관련 여행지를 적극 개발해 왔다.
▲ 캠프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은 편무용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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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을 것 같은데 여행은 어땠나?
"상상하신 것만큼 여러 가지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웃음). 낯선 이국땅에서 나홀로 페달을 밟다 보면 마음속이 게워진다. 누구나 가는 관광명소 대신 색다른 여행지를 둘러보며 감성을 만끽하기도 하고, 스릴도 느끼고. 정말 (자전거) 안장 위에 올라 보면 늘 여행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쑥 벌어지는 사고는 긴장되기 마련. 스위스에 도착하고 일기예보를 보니 매일 비 온다는 소식뿐이었다. 첫날부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멋진 설산들을 가까이서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하기야 원래 산사나이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산에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알프스는 천국에 온 듯한 흥분과 감동을 주니까.
4일째 되는 날이었다, 유심칩을 교체하고 기차표를 티켓팅하려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그만 휴대폰이 버벅대는 게 아닌가. 급한 김에 (휴대폰)껐다가 켰더니 유심 패스워드를 넣으라는 것이었다. 카드에 적혀있는 것을 입력했지만 이제는 아예 휴대폰이 켜지지 않았다. 멘붕이 왔다.
이국만리 타국에서 전화가 먹통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고립을 뜻한다.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유심카드를 신청하기 위해 자전거를 묶어두고, 기차를 타고 2시간을 휴대폰 매장에 다녀와야 했다. 자전거를 세워 놓는 것이 불안했다. 왠지 다녀오면 없어질 것 같기도 해서. 유심칩의 이상은 알고 보니 시차 때문이었다. 기다리면 자연히 해결될 일을 가지고 동동거렸다. 역시 현대인의 정체성은 휴대폰이란 사실을, 나 자신부터가 휴대폰에 상당히 의존해 있단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 꼭 스위스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외롭지는 않았는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산을 좋아했다. 오죽하면 평상시 외국에 나가더라도 도시는 그냥 통과하고 산만 찾아다녔을까.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지만 사실은 이번에 히말라야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가려니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었다. 대신 택한 곳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와 인프라 좋은 알프스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알프스는 피서지로 제격일 뿐만 아니라 낮은 습도 때문에 모기가 없는 게 큰 매력이다. 그만큼 스위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 폭염을 피해 스위스로 떠난 편무요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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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로 볼 수 있는 세상 속 얘기를 들려달라.
"스위스는 우선 자전거 도로가 발달한 것에 크게 놀랐다. 기차나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여행할 수 있는 깨끗한 거리와 철저한 쓰레기 관리도, 밝게 인사하는 사람들 등, 차로 다니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오감이 되살아나는 도시였다.
피부에 부딪히는 묘한 감각 정보들. 어린 자녀를 자전거 뒤 캐리어에 태워 다니는 부부나 엄마들. 스위스는 누가 봐도 자전거 나라의 천국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는 사람을 보호해주고 자동차는 자전거를 보호해주는 배려심과 상대를 편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게 또 하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데 이상하게 차들도 같이 서 있는 것이었다. 눈치를 보니까 내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아닌가. 이 사람들이 거의 나를 유치원생 취급하듯이 보살펴 주었다(웃음)."
- 여행에서 돌아와 달라진 점과 함께 우리나라의 자전거 문화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달라진 점이라면 자본의 논리로는 절대 설명되지 않은 것이 있다. 유럽인들의 인간 중심적인 사고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확실히 식욕이 좋아졌다. 이건 체력이 좋아졌다는 증거기도 하고(웃음).
우리나라의 자전거 문화를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리는 주로 동호인 위주로 타고 다니지, 일반인의 모습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 참으로 안타깝다. 기후위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뒤따를 것이다.
우리도 민관이 머리를 맞대 생활형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더불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보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 조만간 인지면 맹꽁이도서관에서 자전거 강연을 하신다고 들었다.
"전혀 예상 밖의 사건이다(웃음). 주제넘은 일인데 한편으론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도 같다. 하나 확실한 건 자전거는 행복종합선물세트다. 이 속에는 만족감 높은 지수들이 다 뭉쳐있다. 그걸 강조하고 싶다.
스위스 자전거 여행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산과 자전거 캠핑을 병행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특별한 여행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저와 취향이 같으신 분들께 운동은 무조건 팁이라고도 말해주고 싶고(웃음)."
- 꿈이 있다면?
"노년이 돼 무의미한 침상 생활을 할 건지, 아니면 도전할 건지 먼저 생각해 본다. 답은 명확하다. 꿈을 가지고 각자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해 조금씩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꿈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꿈은 꿈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니까.
물론 꿈과 현실은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그럼에도 꿈을 꾸지 않는 사람에 비해 꿈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풍요롭다. 현재 저는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있다. 생각한 목적지들을 하나하나씩 눈으로 가슴으로 맞아들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떠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달라.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말이 있다. 나의 노년은 건강한 정신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는 거다.
어디서 본 글인데 중장년이 될수록 지속적이고 좀 편한 운동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라 했다. 나이 들수록 약해지는 지구력, 근력, 평형감각, 심폐기능, 무릎관절, 하체 근력, 여행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정말 강추할 만한 취미, 운동, 여가활동이 바로 자전거다.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는 너무 거창해서 탈이다. 엄청 좋은 자전거에, 복장, 기록경신을 위한 경쟁적 속도 등 마니아층의 벽은 저와 같은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 높다. 유럽의 문화는 일상생활, 이동수단 등이 좀 더 보편화한 것 같은데...
이런 기재와 저변으로부터의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정치적 참여로 연결된다면, 우리도 인간 중심적인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고 발전되지 않을까 싶다. 부디 그러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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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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