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벌어야죠"… '갈비 사자' 동물원 대표, 알바 뛰는 사연

김민주, 안대훈 2023. 8. 16. 1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갈비사자'로 불리며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살던 늙은 숫사자가 지난달 5일 오후 충북 청주랜드동물원에 무사히 도착,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거닐며 차츰 적응하고 있다. [중앙포토]

“호랑이와 흑표 등 남아있는 동물 사룟값으로 한 달에 500만원이 듭니다. 남은 동물은 살려야죠.”
경남 김해시에 있는 부경동물원 김준 대표는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주말 없이 밤늦도록 일해야 (동물) 밥이라도 먹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동물원은 이른바 '갈비사자' 논란으로 최근 주목을 받았다.


‘갈비사자’ 논란 동물원 "사룟값 벌어야"


부산ㆍ경남 유일한 민간 동물원인 부경동물원은 2013년 문을 열었다. 한때 맹수 등 대형동물을 포함해 600마리 정도 길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동물원은 최근 ‘갈비사자’로 비난을 받은 뒤 폐업을 결정했다. 동물원엔 아직 50여마리가 남아 있다. 이들을 먹여 살리는 건 김 대표 몫이다. 그는 “사업 경험 등을 살려 다른 회사 기획 업무를 지원하는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한’ 동물원 꿈꿔… 돈벌이 희생양 아니다”


김 대표는 본래 해외에서 동물을 수입해 동물원 등에 공급하는 일을 했다. 다른 동물원에 드나들 일이 많았던 그는 아이들이 먼발치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동물원 구조에 실망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 그는 “좀 더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먹이를 주는 등 체험도 할 수 있는 동물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6일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 남은 흑표가 우리 안을 거닐고 있다. [사진 부경동물원]
그는 또 수입업을 하면서 모은 ‘잉여동물’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잉여동물은 해외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망 등에 대비해 추가로 들여오는 동물이다. 가령 동물원 측이 ‘사자 2마리’를 주문하면 업자는 3마리를 수입한다. 남게 된 동물은 매매 등 방식으로 분양하거나 다시 해외로 반출한다.

부경동물원엔 한때 주말 하루 1000~1500명이 몰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00일간 폐쇄됐다. 김 대표는 “팬데믹 상황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동물원 관리 상태가 나빠지고, 손님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청주에 기증한 사자, 후회된다”


‘갈비사자’논란은 결정타가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사자를) 청주랜드동물원에 기증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2016년쯤 부경동물원에 온 사자는 현재 20살로, 인간으로 치면 100살에 해당하는 나이라고 한다.
16일 경남 김해 부경동무원에 남은 호랑이. [사진 부경동물원]

김 대표는 좁은 우리 사육 등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갈비사자'를 청주랜드동물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비난 여론이 높다고 기증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다만 7년 정도 부경동물원에서 지낸 사자에겐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고령인 만큼 넓은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 기증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기증을 통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공격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살리려는 마음 같다” 사료 모집 팔 걷은 동물단체


김 대표는 남은 동물을 매매 등 방식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언제 분양이 완료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기간 사료는 계속 공급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동물권 단체가 사룟값 모금 등에 나서준 게 힘이 된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그간 부경동물원 측 관리 문제 등을 제기하는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16일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입구. 2013년 문을 연 동물원은 최근 폐업이 결정됐지만, 동물 50여마리가 남아있다. 이들 사룟값으로 한 달에 약 500만원이 든다. [사진 부경동물원]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부경동물원 문제를 제기한 건 누군가 처벌되거나 고통받길 원해서가 아니라 동물 관리 환경 개선을 위해서였다”라며 “남은 동물이 폐업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일까 봐 모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5일까지 단 이틀 만에 800만원이 모였다”며 “조만간 부경동물원 측과 논의해 구매한 사료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부경동물원 김준 대표. [사진 부경동물원]

김민주ㆍ안대훈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