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벌어야죠"… '갈비 사자' 동물원 대표, 알바 뛰는 사연
“호랑이와 흑표 등 남아있는 동물 사룟값으로 한 달에 500만원이 듭니다. 남은 동물은 살려야죠.”
경남 김해시에 있는 부경동물원 김준 대표는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주말 없이 밤늦도록 일해야 (동물) 밥이라도 먹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동물원은 이른바 '갈비사자' 논란으로 최근 주목을 받았다.
‘갈비사자’ 논란 동물원 "사룟값 벌어야"
부산ㆍ경남 유일한 민간 동물원인 부경동물원은 2013년 문을 열었다. 한때 맹수 등 대형동물을 포함해 600마리 정도 길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동물원은 최근 ‘갈비사자’로 비난을 받은 뒤 폐업을 결정했다. 동물원엔 아직 50여마리가 남아 있다. 이들을 먹여 살리는 건 김 대표 몫이다. 그는 “사업 경험 등을 살려 다른 회사 기획 업무를 지원하는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한’ 동물원 꿈꿔… 돈벌이 희생양 아니다”
김 대표는 본래 해외에서 동물을 수입해 동물원 등에 공급하는 일을 했다. 다른 동물원에 드나들 일이 많았던 그는 아이들이 먼발치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동물원 구조에 실망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 그는 “좀 더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먹이를 주는 등 체험도 할 수 있는 동물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부경동물원엔 한때 주말 하루 1000~1500명이 몰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00일간 폐쇄됐다. 김 대표는 “팬데믹 상황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동물원 관리 상태가 나빠지고, 손님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청주에 기증한 사자, 후회된다”
‘갈비사자’논란은 결정타가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사자를) 청주랜드동물원에 기증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2016년쯤 부경동물원에 온 사자는 현재 20살로, 인간으로 치면 100살에 해당하는 나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좁은 우리 사육 등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갈비사자'를 청주랜드동물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비난 여론이 높다고 기증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다만 7년 정도 부경동물원에서 지낸 사자에겐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고령인 만큼 넓은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 기증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기증을 통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공격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살리려는 마음 같다” 사료 모집 팔 걷은 동물단체
김 대표는 남은 동물을 매매 등 방식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언제 분양이 완료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기간 사료는 계속 공급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동물권 단체가 사룟값 모금 등에 나서준 게 힘이 된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그간 부경동물원 측 관리 문제 등을 제기하는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부경동물원 문제를 제기한 건 누군가 처벌되거나 고통받길 원해서가 아니라 동물 관리 환경 개선을 위해서였다”라며 “남은 동물이 폐업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일까 봐 모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5일까지 단 이틀 만에 800만원이 모였다”며 “조만간 부경동물원 측과 논의해 구매한 사료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주ㆍ안대훈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러 명이 만져" DJ소다 성추행...日주최사 "영상 있다, 자수해라" | 중앙일보
- 타우린이 수명 12% 늘렸다, 그럼 ‘박카스’ 매일 마시면? | 중앙일보
- 김연경 소속사 "악의적 글 강경 대응…어떤 경우도 선처 없다" | 중앙일보
- 대구서 튀르키예 여성 칼부림…같은 국적 30대男 찔러 살해 | 중앙일보
- 20대女 2명, 50대男과 모텔서 마약…여성 1명 숨졌다 | 중앙일보
- 中 전직 스타 앵커 또 폭로…1시간 만에 삭제 당한 영상 뭐길래 | 중앙일보
- 하필 광복절에…장동건과의 일본 여행 사진 올린 고소영 | 중앙일보
- 움직이는 러브호텔? 24시간 미 무인택시 상상초월 경험담 | 중앙일보
- "맘카페 수다쟁이 멀리하라" 성적 올리는 '의사의 교육법' | 중앙일보
- 신상 털린 카이스트 막말 학부모…"그 교사는 안 죽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