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D.P2' 감독 "軍폭력, 국가는 사과한 적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D.P.2'(디피) 연출
군대 내 폭력·부조리 12부 완성
사회 바꾸려 애쓰는 사람들 다뤄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나아지고 있어요. 그 힘이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D.P.'(디피) 시즌2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필름메이커로서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한 발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관해 지적하면서 "개인의 '부채 의식'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한 감독은 2021년 8월27일 공개된 'D.P.'에서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조명해 호평받았다. 뜨거운 호응에 빠르게 속편 제작에 돌입했고, 2년 만인 지난달 28일 시즌2를 공개했다.
시즌2는 1부가 아닌 시즌1의 6부에서 연결된 7부에서 시작한다. 이같이 구성한 이유에 관해 한 감독은 "속편 제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즌1에서 연결되는 이야기로 구성한 시즌2를 통해 이야기를 어떻게 잘 매듭지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개별적 특징이 있는 6편의 중편영화처럼 완성한 시즌2에 관해 감독은 "1부에서 12부까지 한 호흡에 보시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책임과 사과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과를 요구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결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뭐라도 하지 않는다면.’
한준희 감독이 적은 'D.P.2'의 카피다. 시즌2는 조석봉 일병(조한철 분)의 탈영 사건 보도를 지켜보던 김루리 일병(문상훈 분)의 총기 난사 사건과 탈영으로 포문을 연다. 이를 시작으로 군무 이탈 체포조(D.P.)를 둘러싼 여러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결국 국가와 제도의 문제를 가리킨다. 특정 누군가가 아닌 부조리한 제도와 바뀌지 않는 집단이 가장 무서운 빌런(악역)으로 그려진다. 한 감독은 "정치인, 기자, 사회운동가는 아니지만, 사회나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자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반부 국가의 배상·책임 판결 장면은 주제를 관통한다.
"군부대 내 구타 관련 문제가 불거진 지 얼마 안 됐지만, 꽤 오래전부터 행해져 오지 않았을까. 자료나 기사를 보면 군대에서 발생한 일로 여러 국가 손해배상소송 재판이 있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국가가 책임을 인정한 적은 없다. 조직의 논리에서 인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2개 회차를 열심히 만들었다. 개인이 발버둥 치면서 나아가려고 애쓰는데, 자칫 시청자들이 무력감만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다. 절반의 승리를 그리고 싶었다."
일각의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극 전체를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군대 분위기가 다르다는 반응에 관해 한 감독은 "군대가 정말 좋아졌다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분명 일부 달라진 부분도 있다고 본다. 그게 개인일 수도, 내부 고발자의 노력에 의한 변화일 수도 있고. 또 인권센터 등 안팎으로 애쓰는 인물도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사람들이 조금씩 무언가를 바꾸고 있다. 안준호(정해인 분)를 그런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외 시청자들은 'D.P.2'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 감독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징병제 국가가 아니면 정서의 이해와 공감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로벌 순위 20위에 오른 걸 보고 놀랐다. 예상 못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국 시청자들이 조금씩 봐주신 건, 학교든 군대든 직장이든 집단에서는 개인이 양보해야 하는 보편적 속성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공감해주신 거 같다"고 바라봤다.
'D.P.'가 한국형 장수 시리즈로 뻗어나갈 수 있을까. 시즌3에 관해 물었다.
"내 힘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웃음) 시즌1에서 인물들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퇴장했고, 시즌2에서 매듭을 짓고 싶었다. 물론 등장인물 모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거다. 호열이는 제대했고, 준호는 남은 기간 혼자 지내야 할 테고. 황상수, 조석봉 등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하지 않을까. 프레임 밖에서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시즌3를 하게 된다면 또 진창으로 끌어오겠지만, 일단은 현재의 결말에서 인물들이 행복하기 위해 애쓰며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감독은 '차이나타운'(2015)으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고, '뺑반' (2019) 등을 연출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OTT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 1'에서는 크리에이터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지난 3년 동안 OTT 콘텐츠도 연출하고, 크리에이터로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수월하지만은 않았다"며 웃었다.
이어 "총 20여개 에피소드를 만들었는데 영화도 연출하고 싶다. 극장에서 제 영화를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본을 집필 중에 있다. 극장·OTT에 각각 적합한 이야기가 있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좋은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겠다"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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