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강제동원 다룬 이 소설... "잔혹한 진실 이젠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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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밀리언셀러 '고삐'의 윤정모 작가가 신작을 출간했다.
아시아·태평양 전쟁 말기 학병과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직면했던 역사를 서사화한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가 그것이다.
이 소설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 남태평양에서 벌어지는 한국인의 고통과 저항의 역사에서 위안부뿐 아니라 학도병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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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솔지 기자]
1980년대 밀리언셀러 '고삐'의 윤정모 작가가 신작을 출간했다. 아시아·태평양 전쟁 말기 학병과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직면했던 역사를 서사화한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가 그것이다.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는 윤 작가가 그간 써내려온 일련의 역사소설, 그 중 결정판과도 같은 이야기로 꼽힌다. 소설은 태평양 전쟁에 끌려갔던 부모 등 감당하기 힘든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한 가족의 서사와 함께 한국 근현대사를 풀어냈다.
▲ 윤정모작가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 |
ⓒ 윤솔지 |
"내가 이 소설을 마무리하는 동안 또 한 분의 위안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 단 한 분이라도 생전에 사과받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조차도 많은 부분 외면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40년 넘게 일본의 잔혹사에 대해서 알려왔지만, 어떤 부분은 너무 잔인해서 나조차 피해 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실을 남겨 놓지 않으면 진실이 묻힐 거란 생각에,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 .생전 임종국 선생(왼쪽)과 윤정모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
ⓒ 윤정모 |
- 40여 년 전인 1982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집필해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이는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담은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세상에 알린다는 게 선뜻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70년대 간혹 미얀마나 태국에 숨어있던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귀국해서 인터뷰를 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국어를 잃어버린 할머니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없었다. 친일 역사 관련 선구자인 임종국 선생의 정신대 실록을 1981년 접하게 됐고, 무작정 조치원 자택으로 찾아가서 참상에 대해 듣게 되었다.
▲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 윤정모 |
ⓒ 다산북스 |
"악몽은 올해까지만 꾸게 해달라고 매년 기도한다. 일본 측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까진 아니더라도, 인정이라도 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지금은 악몽을 넘어 지옥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를 잊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며 그 모욕과 수모를 스스로 덮어버렸다. 어떻게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용서를 한단 말인가? 깊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게 내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또, 피해자는 비단 위안부로 국한할 수 없다. 위안부, 학도병, 강제징용(동원) 등 일제의 폭압은 한반도 모든 곳에 악마의 손을 뻗쳤다. 이 소설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 남태평양에서 벌어지는 한국인의 고통과 저항의 역사에서 위안부뿐 아니라 학도병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일제의 만행으로 고통받은 이들을 따로 나눌 수 없다. 그들 모두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 소설 뒷부분에 증언을 모아놓았다. 정말 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고 믿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싶을 정도이다.
"모두 사실이다. 어떤 위안소에서는 한 명이 하루에 90명이 넘는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다. 몸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항이라도 하려 하면 칼로 찌르고 병이라도 걸리면 야산에 던져버렸다. 내가 소설에서 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 윤정모 작가 |
ⓒ 윤솔지 |
- 과연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무리 생각해도 요원하다 싶고, 오히려 포기가 합리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국가 대 국가든, 개인대 개인이든 사람이 받을 수 없는 모욕과 수모를 받았을 때는 상대방의 정당한 사과 없이는 그것을 용서하거나 이해하면 그 수모나 모멸이 반드시 돌아온다.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기억해 내고 분노를 내려놓으면 안 된다."
- 혹자는 해방은 되었으나, 독립은 되지 않은 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소설에서 담으려고 했던 부분도 바로 그것이다. 80여 년 전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이 잔혹하게 일제에게 당한 것들은 그냥 역사로만 끝난 게 아니다.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또 그 고통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제대로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그리고 일본의 정당한 사과가 없어도 덮어놓고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들 내면의 묵인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제는 우리가 잔혹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독립을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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