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공해 너무한다, 2개만 허용" 지자체들 잇따라 규제
전국 횡단보도나 교차로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자 자치단체(지자체)가 조례 마련 등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정치 현수막을 철거할 수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 선거구별 정당 현수막 개수 제한 추진
서울시의회 허훈 의원(국민의힘·양천2)은 지난 15일 ‘서울시 옥외광고물 등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당 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에 2개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정당 활동과 관련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정책 비판이 아닌 개인을 비방·모욕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다만 자치단체에 신고된 정당 현수막은 지정한 게시대에 개수 제한 없이 우선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앞서 인천시의회는 지난 6월 난립한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정당별로 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각각 4개까지만 걸 수 있다는 내용이다.
광주시도 지난 6월 비슷한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철회하고 향후 의원발의로 개정해 오는 9월 시행하기로 했다. 당시 조례안에는 횡단보도·버스정류장에서 30m 안에 설치된 현수막 등을 정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제주도의회는 17일 ‘현수막 관리체계 개선 및 조례 개정 등을 위한 관계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한 뒤 옥외광고물 조례 일부 개정을 추진한다. 앞서 제418회 정례회에서 “통상적인 정당 활동 수준을 넘어선 현수막 정치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수막 공해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밖에 울산시의회는 정치 현수막 전용 걸이대를 활용하지 않은 현수막은 강제 철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부산시의회 역시 정당 현수막 관련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난립
지자체가 이런 조례를 만들게 된 데는 국회가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한 게 발단이 됐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정치 현수막을 철거 대상에서 제외했다. 교차로나 횡단보도·주택가 등에 마구잡이로 현수막을 걸어도, 정당이 게시하면 철거가 불가능하다. 종전까지는 지정한 위치에 게시된 현수막이 아니면 지자체가 임의로 철거할 수 있었다.
이후 정치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법 시행 이전 3개월간 6415건이던 전국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법 시행 이후 3개월간 1만4197건으로 2.2배 증가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발산역 사거리에는 이달 초 한 장소에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진보당이 13개를 걸기도 했다.
선정적인 현수막 내용도 논란이다. 대전에서는 ‘시의원인가 업자인가’라는 현수막이 등장했고, 제주에선 ‘제주4·3사건은 공산폭동’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울산은 ‘법치 부정범죄 옹호 이재명과 비겁한 138표’ 등 현수막이 나부꼈다.
행안부 “대법원 판결 전까진 상위법 지켜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17개 시·도지사는 지난달 옥외광고물법에 ‘정당 현수막 적용배제’ 조항 삭제 요구서에 서명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며 “국회에 정당 현수막 허용 규정 삭제를 공식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이와 같은 지자체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옥외광고물법이 별도 허가 없이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황에서, 하위법인 지자체 조례가 이를 규제하면 상위 법령과 배치한다는 설명이다. 행정안전부는 정당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는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를 집행 정지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대법원에 신청하고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을 질서 있게 정리하자는 지자체 조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최근 대법원에 조속히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당분간 상위법을 지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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