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와 고래가 함께... 윤석열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헌법소원
[김화빈 기자]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16일 오전 11시 민변 대회의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하주희·김소리·이예지 변호사, 김종식 전국어민회총연맹 상임부회장, 김종우·김영희(대리인단 단장) 변호사, 조영선 민변 회장. |
ⓒ 김화빈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윤석열 정부가 헌법 의무를 위반해 중대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다"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의지에 발 맞추고 있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변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불충분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했다"며 "해녀·어민·수산식품업자·일반시민 등 4만 25명과 오염수 해양투기로 생명권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 고래 164마리를 (민변이) 대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정부가 헌법 제10조 및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각종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해양수산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피청구인"이라고 말했다.
헌법소원 청구인에 큰돌고래·남방큰돌고래·밍크고래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선 "기본권의 주체 범위는 고정적이지 않고 기본권 성격과 보호영역에 따라 결정된다"며 "외국인, 법인, 권리능력이 없는 사단(일정한 목적에 따라 결합했지만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집단)도 포함될 수 있다. 고래들의 후견인으로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를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30년 이상 방류할 것... 윤 대통령 왜 '반대' 한 마디 못하나"
민변은 "정부가 헌법에서 유래한 의무를 위반해 국민의 생명·건강·환경·안전·재산·행복추구권 및 알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 반대성명 발표 등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어떠한 외교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것 ▲ 독자적인 방사성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것 ▲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것 ▲ 정확한 정보제공 및 의사결정 과정서 국민 참여 보장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을 들었다.
민변 헌법소원 대리인단 소속 이예지 변호사는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어떠한 반대의사도 밝히지 않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를 존중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이는 해양투기 허용을 전제로 한 입장"이라며 "중국은 지난 7월 21일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출검사를 전수조사로 하고 있으나 한국은 여전히 표본검사를 채택하고 있다. 정부의 미비한 검사로 지자체와 기업이 자체적으로 추가 검사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김영희 변호사는 "핵연료 냉각에 투입되는 지하수, 빗물, 냉각수를 고려하면 오염수는 30년 이상 장기간 끊임없이 생산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30년 동안만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혔으나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양투기는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해양생물 먹이사슬에 기초가 되는 플랑크톤과 어류를 포함해 다시마, 김, 소금에 농축된 미세 플라스틱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 등이) 방사성 물질을 섭취할 수 있다"며 "도쿄전력도 어류 등에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농축될지 평가하는 데 대해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내부 피폭 평가와 건강위험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내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 등 국가는 환경보전(헌법 35조)과 재해예방 의무(헌법 34조 6항)가 있다"라며 "영해가 방사능으로 오염될 위기에 처했는데 대통령은 영토 보전의무(헌법 66조)가 있음에도 국민의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서울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결사반대! 국민 생명 내팽개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는 일본정부가 아닌 국민입장을 대변하라'며 망언 판넬에 스티커를 불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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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단은 "현행 국제법으로도 일본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리인단 소속 김종우 변호사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최근 형성된 국제법으로서 한국과 일본 모두 체약국(조약을 맺은 나라)"이라며 "우리 정부는 협약 제287조에 따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해 "해양환경의 중대한 손상 방지를 위해 오염수 방류를 잠정 중단시키는 조치 신청도 가능하다"며 "협약에서는 관련 소송이 제기될 시 체약국의 응소(원고가 청구한 소송을 피고가 응하는 것)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실효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들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헌법소원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김영희 변호사는 "일본은 최소 30년 오염수를 해양투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법소원) 재판은 5~6년 안에 끝날 수 있다"며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재판소에 일본을 즉시 제소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설명 후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8월 말 방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변의 조영선 회장, 하주희 사무총장, 김영희·김소리·이예지·김두나·김종우 변호사, 김종식 전국어민회총연맹 상임부회장,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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