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전경련 가입 결론 못내…"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가입과 관련해 16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준감위는 이틀 뒤인 18일 회의를 다시 열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준감위는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출발하는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논의했다. 약 120분 가량 진행된 마라톤 회의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18일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준감위는 "오늘 회의에서 관계사의 한국경제인협회 참여와 관련해 위원들간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으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18일 오전 7시 회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찬희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최종적으로 완전한 하나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기에 재회의를 열기로 했다"며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여러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다시 회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준감위는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해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삼성의 지시에서 자유로운 독립조직인 만큼 전경련 재가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이찬희 위원장은 "위원들 각자 소신이 뚜렷하고 사실상 화백제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회의를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경련 재가입을 두고 준감위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정경유착 해소 방안 등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임시회의에 들어가기 직전 "삼성이 과연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느냐가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안팎에서도 준감위가 지적한 정경유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전경련은 지난 5월 한경협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힐 당시,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이 위원회는 협회의 윤리적 경영현황을 심의하는 협의체로, 일정 금액 이상 소요되는 대외사업 등을 점검하고 논의한다.
전경련은 '윤리헌장'을 제정한다고도 밝혔다. 이 윤리헌장은▲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 단호히 배격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 진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 상생 선도 ▲혁신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을 담고 있어 정경유착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 의지를 내세운 전경련은 삼성 뿐 아니라 SK, 현대차, LG등 4대 그룹에 한경협에 가입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4대 그룹이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회원으로 남아있는 만큼 한경협 회원사로 지위가 승계되는 데 동참해달라는 내용이다. 4대 그룹은 2016년 전경련에서 탈퇴했지만, 아직 한경연에서는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18일 준감위 회의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기존 한경연 회원사였던 5개 계열사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복귀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새 회장으로 류진 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필두로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도 22일 이전에 계열사 이사회 및 내부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거쳐 한경협 합류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며 "가능하면 시너지를 많이 내서 지금의 어려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6월 전경련이 기획한 국민 소통 프로젝트 '갓생(God生) 한끼'에 참여해 청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4대 그룹 복귀가 가시화되면 전경련은 과거 재계 맏형으로서의 위상 회복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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