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에도... '텅텅' 자리 비운 여당

박소희 2023. 8. 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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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 민주당·정의당 단독 개회... 이재명 "억울한 죽음 은폐 시도야말로 국민항명죄"

[박소희, 남소연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국방위원들이 개의를 요구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국방위원 및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정부 측 인사들이 불참해 파행을 빚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고 채아무개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국방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끝내 불참했다. 한기호 위원장은 '시급한 사안인 만큼 오후에 다시 회의를 열자'는 야당의 제안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회'를 선언했다. 

16일 오전 국회 국방위 회의장 한 줄은 제일 끝 배진교 정의당 의원을 제외한 여섯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민주당과 정의당 국방위원 9명이 수사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전체회의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으나 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8월 21일 결산 상정 및 채 상병 사건 관련 현안 질의 등 일정이 이미 잡혀있는데도 민주당이 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은 "8월 17일 검찰 출석 예정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물타기용 꼼수"라고 비난했다.

수사 외압 다루자는데... '이재명 방탄'이라는 국힘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은 그 자체로 일파만파 커지는 중이다. 지난 2일 해병대는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지휘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보직해임했고, 그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불응해 수사단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며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했다. 군은 박 대령이 경찰에 넘긴 자료들도 반환받았다. 박 대령은 이 과정에서 사단장과 여단장을 혐의자에서 배제하라는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상태다.

민주당 간사 김병주 의원은 국방위 회의에서 "수사단장의 항명과 국방부가 직권남용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너무나 큰 사안"이라며 "시급히 국방위를 열어서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하는 게 국방위원들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오늘 개회됐지만 국방위 전체회의라고 볼 수도 없다. 반쪽짜리도 아니다"라며 "야당 간사로서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또 해병대가 현재 야당 국방위원들의 방문도 거부하고 있다며 "국방부는 뭐가 두렵고 감출 게 많은가"라고 지적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국방위원들이 개의를 요구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국방위원 및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정부 측 인사들이 불참해 파행을 빚고 있다.
ⓒ 남소연
 
기동민 의원은 "한 장병이 국가의 잘못된 지휘통제 시스템에 의해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사건의 본질은 어디로 가버린 채 '집단항명사건 수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죄명을 붙여서 진실을 은폐하고 정의를 고립시키는 게 윤석열 정부 국방부, 대통령실이 할 일인가"라며 "그걸 비호하는 게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책무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혼자 대표로 오셨기 때문에 한기호 위원장이 이 회의가 정상적으로 성립되지 않은 이유를 국민들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도 촉구했다.

설훈 의원 역시 "전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건이 됐는데 해당 상임위인 국방위는 오늘 여당 의원들 한 분도 안 오고 위원장만 나와계시다"며 "이게 윤석열 정부가 말하던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정부인가. 이 현장이 공정과 상식을 얘기하는 현장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국회의원들 뭐 하고 있냐' 이 얘기를 안 하겠나"라며 "(국방위도) 오늘이 아니라 지난주에 열렸어야 했는데, 오늘도 여당은 못하겠다고 한다.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교 의원은 "최근 'D.P2'를 국민들이 보고 그동안 군대 내 사건들이 어떻게 은폐·조작됐는지, 군대 내에 혁신이 얼마나 필요한지 인식했다"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군사재판 관련해서 평시 군 사망사건을 민간으로 이관하기로 했고, 그 첫 사건이 채 상병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군 혁신으로 신뢰받는 사건이 됐을 것"이라며 "국방부와 대통령실 안보실 개입으로 다시 반환받아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정된 군사법원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논하고 싶지 않다"... 자리 떠버린 국방위원장

한기호 위원장은 묵묵히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었다. 회의 말미 김병주 의원은 "건의사항이 있다"며 "오늘 전체회의는 잠시 정회했다가 14시에 정부 측 다 출석시키고, 여당도 다 출석시켜서 속개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21일 원래 여야 합의할 때 결산을 하기로 했고, 추가적으로 현안질의를 하기로 했다"며 "특별한 일이 없다면 21일날 충분히 준비해서 현안질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의사봉을 두드렸다. 

한기호 위원장 : "금일 회의는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기동민 의원 : "답을 주셔야죠. 이렇게 무책임하게 정리하면 안 되죠. 이렇게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 답변을 회피하고 여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보이콧할 이유가 뭡니까. 답변해보세요."
한기호 위원장 : "제가 답변할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기동민 의원하고 논하고 싶지 않아요."

한편 국방위 소속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예로부터 우리는 사람을 귀히 여겨왔는데 이 정권은 사람을, 또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기지 않는 것 같다"며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에 대한 대응도 그랬고 채 상병 사건을 대하는 태도도 똑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은폐하려는 이 시도야말로 국민향명죄"라며 "정부 자체조사는 이미 국민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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