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은 중기적 과제

2023. 8. 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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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은 중간고사, 조별 발표 등 눈앞에 닥친 단기적 과제에 매달린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은 한국 사회의 중기적 과제다.

이러한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정년 연장만 한 것이 없다.

이렇게 정년 연장 문제가 안 풀리니 정년-연금 연계도 안 되고 연금 개혁도 꼬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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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은 중간고사, 조별 발표 등 눈앞에 닥친 단기적 과제에 매달린다. 그러나 이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어학 능력 같은 중기적 과제다. 평범한 사람은 당면한 현안도 아니고 노력한 결과도 바로 안 나오는 중기적 과제를 뒤로 미룬다. 반면, 성공하는 사람은 상당한 기간 꾸준히 준비해 과제의 목표를 성취하고 큰 혜택을 누린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은 한국 사회의 중기적 과제다. 원래 정년과 연금은 서로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둘을 연계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야 한다. 개혁이라는 긍정적 어휘를 붙였지만, 연금 개혁은 희생을 요구한다. 국민연금을 더 내거나 더 나중에 받거나 덜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정년 연장만 한 것이 없다. 정년과 연금수령개시 연령을 동시에 늦추는 모험은 이미 성공하고 있다. 스웨덴은 올해부터 정년과 연금개시연령을 모두 67세로 늘렸다. 독일도 정년을 66세에서 67세로, 연금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리기로 했다. 일본은 ‘생애 현역’ 원칙에 따라 65세 고용을 의무화했고 연금개시연령을 65~75세 중 택하게 했다.

국내에서도 정년 연장을 원하는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베이비부머 퇴직 쏟아지자 전업종 정년 연장 아우성’이라는 한 경제지 기사 제목에서도 감지된다. 우리 국민은 더 오래 현업에서 일할 수 있다. 대법원이 육체적 정년인 ‘노동 가용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데서 확인된다. 우리 국민은 더 오래 일하기를 원한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50.4%는 65세 정년 연장에 찬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년-연금 조정 시기를 놓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정년을 62~67세로 올렸고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로 불리는 정년과 연금개시연령 간 격차를 없애거나 줄였다. 반면 우리는 5년이나 크레바스가 벌어져 있다. 많은 가정이 ‘60세에 퇴직한 후 연금이 나오는 65세까지 생계를 어떻게 꾸리나’라고 근심한다. 과거 정부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2019년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이라고 하면서도 허송세월만 한 탓이다.

정년 연장을 가로막는 다른 요인은 강성노조를 향한 주요 기업의 불신이다. 연례적 파업과 노사 충돌에 쇼크를 받아 온 경영진은 노조의 위력을 강화·보존하는 정년 연장을 극도로 꺼리게 된다. 현대차 등 민주노총 노조가 득세한 여러 대기업은 정년 연장을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어떠한 타협의 여지도 없다. 재계는 정년 연장 반대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개발한다. 주요 고용주가 극구 반대하는 상황에선 정년 연장이 제도화되기 어렵다. 이에 노사문제가 없는 직장에서도 정년 연장이 되지 않는다.

몇몇 민노총 산하 대기업 노조는 정년 연장 관철을 위해 쟁의와 단체행동도 불사할 뜻을 밝혔다. 정년 연장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강성노조가 정년 연장의 최대 걸림돌이 되는 한국적 아이러니다. 이렇게 정년 연장 문제가 안 풀리니 정년-연금 연계도 안 되고 연금 개혁도 꼬이는 것이다.

스웨덴은 노사정이 10년을 꾸준히 논의해 정년 67세-연금개시 67세 타협안을 만들었다. 국민의 삶에 꼭 필요한 중기적 과제를 이룬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할 수 있을까.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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