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유출' 의혹 민주당 전 보좌관 "국힘, 소설 쓰고 있다"
[손가영 기자]
▲ 지난 7월26일 <조선일보> 사설 '민주당 보좌관 유출 혐의 군사 정보 700건, 정보위도 손뻗쳤다니'를 다룬 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
ⓒ 조선일보 유튜브 |
"군사기밀 700건을 유출했다고요? 그럼 제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요? 이런 기초 사실 관계도 없는데 언론은 '혐의'니 '간첩'이니 운운할 수 있습니까?"(전직 보좌관 A씨)
국민의힘은 지난달부터 민주노총, 진보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국회를 언급하며 간첩이 확산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좌진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과 20일 월간조선, 조선일보 등이 한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의 전직 보좌관 A씨가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고 보도한 직후 이어진 문제제기다.
요지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었던 의원실 보좌관으로 '2급 비밀취급 인가증'을 발급받은 A씨가 근무 동안 군사기밀을 수집하고 이를 유출한 혐의로 방첩당국의 장기간 내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3년간 700여 건의 군사기밀을 수집해 이 중 일부를 유출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기자와 만난 A씨는 "(국민의힘과 언론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추호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논평, 기사를 다 읽어봐도 '군사기밀을 유출했단다. 국가정보원이 내사 중이다'라는 식의 말만 있을 뿐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데, 순식간에 간첩 낙인이 찍혔다"며 "억울한 상황에 입장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A씨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내사 중이라고 한다. 군사기밀을 유출한 적이 있나?
"맹세코 유출한 적 없다.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누설했단 말인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진으로서 일한 3년 간의 업무 내용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덧씌웠다고 본다."
- 국민의힘 논평 등을 종합하면 700여건 군사기밀을 수집했고 이 일부를 유출했다고 한다.
"예산, 무기현황, 국방력 규모 등과 관련된 자료가 거론되는데, 국방위 보좌진이 예산이나 국방력 현황도 파악하지 않고 어떻게 국회의원 정책 보좌를 하고 질의서를 준비하나? '군사기밀 700여건'도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3년간 국방부 등의 피감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한 건수로 추측된다. 무엇보다 2급 인가증이라고 하지만, 제출된 자료를 보면 국방부를 포함한 국방위 피감기관들은 3급 이하의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 조선일보 등은 "'김정은 참수 부대' 정보를 받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참수부대 무기계약 과정에서 특정 방산업체가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 내용대로라면 수백억원이 넘는 혈세 낭비가 따로 없었다. 이 감시를 국회가 하지 누가 하나? 더구나 이 자료 제출 요구에 국방부는 제대로 답변도 하지 않았다. 모호하고 불명확한 자료만 제공했을 뿐이다. 이걸 유출한 적도 없다."
- 참수 부대 정보 등 제출받은 자료를 '의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국방위 질의 자료로 사용하지도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비서관, 보좌관 아무에게나 물어봐라. 제출받은 모든 자료를 일일이 의원에게 보고하는지. 특히 의미있는 정보가 비공개된 채로 제출돼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답변인데 이를 어떻게 보고하고 어떻게 질의 자료로 사용하나."
- '현무 미사일 관련 합참 지통실과 미사일전략사 지통실 교신 자료' 등의 구체적인 문건 이름도 거론됐다.
"2022년 10월 4일 현무미사일 발사 실패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다. 강릉 모 기지에서 발사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기지 내로 떨어져, 영문을 몰랐던 강릉시민들이 밤새 두려움에 떨었고 군 당국은 하루가 지나서야 뒤늦게 사실을 공개했던 그 사건이다. 이 미사일은 북핵대응을 위한 국군의 대표적인 무기인데, 발사에서 실패했다. 중대한 일이다. 철저한 원인 조사, 무기 관리 체계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보좌관으로서 그걸 하려고 노력했다."
- 언론 보도를 보면 혐의 자체보다 과거 이력에 대한 내용이 더 많다. < NK투데이 >, <주권방송> 등 언론사에서 일했고 A씨가 쓴 칼럼이 '북한을 칭송했다'는 내용이다.
"매체가 북한 전문 언론사였기에 관련 이슈를 계속 기사로 썼다. 기자로서 북한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하고자 노력했다. 기사 대부분은 국내언론과 외신이 쓴 보도를 다시 소개하는 보도였다. 기사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를 받은 적도 없다. '칭송했다'며 근거로 든 대표 사례가 2018년 5월11일에 쓴 '세계를 놀래킨 김정은 신드롬 어디까지 퍼지나?' 칼럼이다.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그 시점이다. 비슷한 어조의 기사는 한겨레, 뉴시스, 뉴스핌, 외국 저서 등에서도 발견된다. "김정은 신드롬이 번지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북한 신드롬'이라 말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 지도자 놓고 화제 만발... 김정은 신드롬?" 등의 내용이 비슷하게 적혔다. 그럼 이 기사들도 칭송인가?"
- 남편이 통합진보당 등에서 활동했고 202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는 내용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A씨가 '백두칭송위원회'에서 활동했다고도 밝혔다.
"나는 백두칭송위원회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 허위사실이다. 또 남편이 통합진보당과 그 후신인 민중당에서 활동한 것을 문제삼는데, 국민은 누구나 정당 활동의 자유가 있다. 통합진보당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들과 남편은 어떤 관련도 없다. 기소됐다는 사건도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중대한 사실관계 오류가 있어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는데, 관련해 법적 대응을 했는가?
"허위사실을 적시한 일부 매체 기사와 블로그 글, 성적 모욕을 한 게시글 등을 고소한 상태다. 이외에도 문제 보도는 더 있어서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보도, 악의적 게시물에 민·형사 대응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 사건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래서 이달 초 국회 국방위원회 행정실장, 수석전문위원, 전문위원, 국방위원장 등에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문제를 경고하는 내용증명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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