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 원칙 '장기 비전' 담는다…"역내 위기시 협의 의무화"도 논의
18일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3국의 장기적 협력을 염두에 둔 비전을 담을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16일 “캠프 데이비드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세계 지도자들 간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진 곳”이라며 “그래서 ‘캠프 데이비드’를 땄고, 3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장기적 협력의 지향점 등을 크게 크게 담기 위해 ‘원칙’으로 명명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통상 비전성명은 공동의 입장과 중시하는 가치, 협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을 표명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채택하곤 한다. 한·미·일 정상이 18일 만나 정례화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와 함께 비전까지 발표할 수 있는 것은 3국 협력이 이미 본궤도에 올라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준비된 소다자 협력체’의 출범인 셈이다. 비전에는 분야별로 각급에서 정기적으로 협의를 이어가는 등 제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도 담길 수 있다.
북핵 넘어 역내 위협도 함께 대응
실제 정상들은 북핵 뿐 아니라 다양한 역내 위협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3국의 강력한 의지도 표명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13일 “이번 정상회담은 역내 공동 위협에 대응하고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3국 간 안보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구체적으로 ‘역내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3국 간 협의를 의무화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결과물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일 각국이 공격받으면 협의할 의무가 있다’고 넣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는데, 이처럼 양국 사이에 상호 방위 의무를 갖는 개념이 아니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등에서 군사적 위기 상황 등이 생길 경우 3국이 반드시 협의한다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유사시 상호 군사 개입의 길을 열어놓는 방위조약과는 거리가 있다.
‘대만해협 위기’시에도 3국 협의
로이터통신도 14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관료를 인용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이 상호 방위를 보장하는 정식 안보 협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위기 상황 발생 시 (방위)책무(responsibilities)에 대한 상호 간의 이해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각국 간 (상호)안전 보장 체계 형성은 무리지만, 3국 모두 역내 안보와 관련한 책무를 이해하는 것과 관련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책무의 이해’란 곧 북한의 핵공격 등 3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포함, 역내에서 자유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3국이 공동 대응을 협의할 책무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역시 14일 “3국 정상은 군사적 협력 방안과 함께 위기 시 협의 의무(duty to consult with each other in a crisis)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브리핑에서 3국 협력을 “선(善)을 위한 힘을 곱절로 배가시키는 것(force multiplier for good)”으로 규정하며 주권, 독립성, 영토보전을 언급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3국 공동의 비전에 대해 “국가 간 통행이 자유롭고, 스스로 협력할 파트너들을 찾을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공개적으로 다루고, 규칙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적용되고, 재화와 생각 및 사람이 자유롭고 합법적으로 이동하는 지역”으로 설명했다. 독립성이나 항행의 자유 등은 미국이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3국 협력의 '확장성'도 논의될 예정이다. 확장성은 협력의 지역·의제 확대와 다른 안보 협력체와의 연계성 등 두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는 대서양, 유럽 지역의 안보와도 깊이 관련돼 있다”며 “따라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협력 강화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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