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잼버리 책임론… 여전한 '네탓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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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했지만 진정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 책임을 한쪽에만 지우는 것은 무리지만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이틀 전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발언은 남 탓하는 정치, 지지자 호소 정치에 기대고 있는 우리의 정치가 여전히 샛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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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운영 책임 놓고 여야 공방
규명 철저, 국가 이미지 회복해야
사과는 했지만 진정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 책임을 한쪽에만 지우는 것은 무리지만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이틀 전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발언은 남 탓하는 정치, 지지자 호소 정치에 기대고 있는 우리의 정치가 여전히 샛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목대 잡았던 전라북도의 도지사는 잼버리 파행 이유로 영국 대표단과 SNS를 지목했다. 김 지사는 "SNS 소통이 과거보다 활발해져 초반에 문제가 이슈화된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철수하면서 그 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화장실 문제를 부각시켰다"며 영국 대표단을 탓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된 진정한 순간이다.
'과거엔 국민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인내의 수준도 높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국민 소득이 높아져 인내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논리에,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정도 불편도 참지 못하고 난리법석을 떠는 사람들로 전락했다. "전북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 대한민국 국민이 포함됐는지 묻고 싶다.
그렇다고 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의 모든 잘못이 전북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여당의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잼버리 대회의 공동 조직위원장은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김 지사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조직위 집행위원장이었다.
특히 사실상의 실무 총책을 맡았던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는 여전하다. 폭염 대책 미비와 관리 부실로 대회 자체가 논란이 됐고, 영내 성범죄 의혹을 '경미하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오히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는 궤변을 내놓으며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 사태를 복기하는 여가부의 태도도 문제다. 여가부는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김현숙 장관님은 조직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계시고 잼버리 책임 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답하는가 하면 기자들이 요청한 장관 간담회는 '국회 요구자료 대응'을 이유로 불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상으로 정치권이 '조문 정국'으로 전환됐지만, 길지 않을 이 기간이 끝나면 여야는 다시 화살을 서로에게 돌릴 게 뻔하다. "전 정부에서 5년을 준비한 것"이라는 대통령실과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와 전현직 전북도지사"라는 여당 지도부, "잼버리 사태로 국격이 추락하고 전북도민과 국민의 상실감이 크다"는 야당 지도부 간 네 탓 공방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는 '남 탓' 대신 철저한 책임 규명으로 국제 사회에서의 이미지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다. 수 천억원의 세금이 어디서 샜는지, 국정조사든 감사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본질을 흐리지 말아야 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각자가 잘못한 만큼 그 몫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국제 사회에 보여주면 된다. 이쯤에서 대통령실의 변화도 기대해본다. 정권을 잡은 지 1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전 정권과 싸우고 있는 모습은 이제 처절하기까지 하다. / 정치부 배경환 차장
배경환 정치부 차장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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