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명승부를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다
[전갑남 기자]
▲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목동야구장 |
ⓒ 전갑남 |
결승전이 열리는 날은 3만이 넘는 관중이 발 디딜 틈 없이 야구장을 찾았다. 전 지상파 TV와 라디오는 중계방송으로 열을 올렸다. 골목마다 "안타! 안타! 3루 주자 홈인!", "홈런! 홈런입니다!"와 같은 중계 아나운서의 힘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1972년 어느 여름. 내 고등학교 시절이었으니까 50년도 더 지났다. 황금사자기 군산상고와 부산고의 결승전은 우리나라 야구 역사상 지금도 레전드로 회자되고 있다. 경기 초반 1:1 상황에서 8회초 부산고가 3점을 내 경기가 굳어지는가 했는데, 9회말 군산상고의 끈질긴 추격전 끝에 4점을 보태 기적의 역전 드라마가 일어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짜릿한 역전승에 이때부터 군산상고하면 '역전의 명수'라는 명성이 따라다녔다.
그 화려했던 1970년대 고교야구의 인기는 1982년 시작된 프로야구에 밀려 많이 시들해졌다.
▲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군산상일고와 인천고 결승전이 벌어진 목동야구장 관중석. |
ⓒ 전갑남 |
몇 년 만인가? 8월 14일(월), 정말 오랜만에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가 열리고 있는 목동야구장을 찾았다. 군산상일고등학교와 인천고등학교 결승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역전의 명수 DNA, 군산상일고!'라는 펼침막에서 바로 군산상일고가 군산상고임을 알 수 있었다. 올해 인문계로 전환하면서 학교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군산상일고 상대는 전통의 인천고. 인천고 역시 1905년 창단 이래, 20여 차례 전국대회를 제패한 야구 명문 중의 명문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통령배 대회는 올해로 57년을 맞이하였다.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 우승팀 대전고를 비롯하여 43개 학교가 참가하여 자웅을 겨뤘다.
아마추어 야구 전용구장인 목동야구장. 옛 동대문구장이나 잠실야구장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디 경기장뿐인가! 관중석도 빈자리가 많다. 외야석은 거의 비었고, 내야석도 다 채우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 고교야구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예전 고교야구 결승전이 펼쳐질 때는 예매를 하지 않으면 입장을 못 할 정도로 관중이 꽉 들어찼다. 수많은 관중이 모교와 자기 고장 팀의 승리를 위해 목청껏 응원전을 펼치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응원 및 소음공해 자제'라는 전광판 안내 문구가 어색하다. 과도한 응원이나 함성이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시끄러운 소리로 들리는 모양이다. 북을 두드리며 확성기로 응원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그래도 두 학교 동문과 재학생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다.
▲ 1루 측 더그아웃 인천고 야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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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루 측 군산상일고 더그아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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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드디어 뜨거운 8월 햇볕 아래 인천고의 선공으로 경기는 시작되었다. 1회부터 양 팀은 안타를 터트리며 불꽃을 튀겼다. 인천고가 3점을 선취하자 군산상일고가 1점을 따라붙었다. 3회에도 공방을 벌여 1점과 2점을 서로 주고받으며 인천고가 4:3으로 앞서나갔다.
▲ 인천고 관중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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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상일고 응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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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투수 교체 시기가 되었어!"
"정석 야구를 해. 번트 대라고!"
"타자에만 신경 써!, 스트라이크 뿌려!"
"이때가 2루 도루 찬스야! 도루!"
▲ 군산상일고 투수의 멋진 투구 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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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고 타자의 안타 치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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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루 주자가 여유 있게 홈인하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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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상일고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과 그라운드는 환호에 휩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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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팀 군산상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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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과 역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따라붙은 고교야구는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 감독을 행가래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군산상일고야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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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인천in>에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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